대리전 시 세계 경제성장률 0.3%p 하락 전망
‘아랍의 봄’ 재연 가능성도
직접 충돌 시 유가 배럴당 150달러로 치솟을 수도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주 가자지구 주민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첫 번째 소규모 지상군 진입을 감행한 이스라엘은 조만간 지구 내 가자시티를 공격하겠다고 선포했다.
반면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개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유엔본부 이란대표부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이 즉각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마스가 지원하는 레바논과 시리아 민병대가 전투에 참여할 것이라는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로켓과 대전차 유도 미사일 공격이 날아왔다고 발표했다.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대리전으로 전환될 수 있고 전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중동은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지이자 주요 운송 통로이기 때문이다.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발발 후 석유 금수 조치가 시행되고 세계 경제가 수년간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역사적으로 중동 전쟁은 다른 지역에서의 전쟁보다 인명 피해는 적었을지 몰라도 세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제한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2014년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3명을 납치해 가자지구에서 20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전쟁으로 이어졌을 당시 전쟁은 팔레스타인 영토 밖으로 확산하지 않았고 유가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 지난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회의에서 “현시점에선 큰 경제적 파급 효과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갈등이 확산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8달러, VIX는 8포인트 각각 오른다. GDP 성장률은 0.3%p 하락해 2.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에 시달렸던 2009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을 받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30년 만에 가장 약한 성장세다. 현재 이집트와 레바논, 튀니지 등이 이미 경기침체에 빠진 것을 고려하면 2010년대 초반 각국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이 반복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리전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면 경제적 불확실성은 훨씬 커진다. 가능성은 낮지만 실현될 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뛰고 경기침체로 인해 세계 GDP는 약 1조 달러(약 1355조 원)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이 경우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마저 긴장감에 휩싸이면서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하산 알하산 연구원은 “이 지역의 누구도, 심지어 이란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전면적인 지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오판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