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에 신사업 진출 가로막혀”
경제계가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에만 있는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가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발표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개선 건의서’를 통해 “산업과 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고 있는 낡고 과도한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회사 체제 기업의 첨단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 기회를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81개 중 약 39개(48.2%)가 소유지배구조로서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최상단 회사가 다수 계열사를 수직적 형태로 보유하는 피라미드형 기업소유구조다.
상의는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제에 대해 △일률규제 △과잉규제 △비(非) 지주회사와 차별 등 3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로 금산분리 규제 대상인 금융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다. 지주회사는 은행, 보험 등 수신기능 금융업뿐만 아니라 신탁업, 집합투자업, 여신금융업, 여타 금융서비스업 등 여신(與信)기능 금융업도 영위할 수 없다.
일본, 유럽연합(EU)은 관련 규제가 없고 미국은 은행 소유만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주회사 산하에 비은행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인텔 등은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탈 등을 통해 유망산업에 대한 인수합병과 투자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상의는 공정거래법이 지주회사에 대해 부채비율, 출자단계, 최소지분율 등 규제를 통해 지배력 확장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산분리 규제는 중복·과잉규제에 해당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모든 금융사 소유가 금지되는 반면 비 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집합투자업 등을 보유할 수 있어 차별이라고도 주장했다.
상의는 “미래기술·산업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변화를 고려해 한국에만 유일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국내 대기업의 절반이 지주회사 체제인 점, 경쟁국과 달리 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정부 보조금 지원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를 개선해 국내 기업들이 ‘기업주도형 전략펀드’를 조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정부가 지주회사 역차별 해소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사위를 넘지 못해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상의는 건의서를 통해 은행 등 수신기능 금융업은 금산분리 규제를 유지하되 대기업의 지배력 확장이나 부실전이 가능성이 없는 집합투자업 등 여신기능 금융업에 대해서는 금산분리 규제를 배제할 것을 주문했다. 지주회사도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는 한국에만 있는 과잉규제로 국내 기업에 불리한 족쇄인 만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