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마신다고 지방간 걱정 없다? 담배도 조심해야
간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관리 센터 역할을 하며, 약 1.5㎏으로 우리 몸속 장기(臟器) 중 가장 크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간은 우리 몸에 흡수된 영양소 저장, 몸에 필요한 알부민 등 물질 합성, 해독 작용, 호르몬 분해, 살균작용과 소화를 돕는 많은 기능을 담당한다. 대한간학회는 간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간질환에 대한 올바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해 2000년부터 매년 10월 20일을 ‘간의 날’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연다.
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술’이다. 술이 간에 좋지 않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과도한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등이 있다. 특히 알코올과 관계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10명 중 2~3명은 비알콜성 지방간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건강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생활습관병_비알콜성 지방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18년 31만8325명, 2019년 38만4957명, 2020년 36만7346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5년 새 12만 명 가량 늘었다.
환자 수가 늘면서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진료비도 대폭 늘었다. 심평원 통계에 의하면 2017년 비알코올성 지방간 요양급여비용은 240억 원에서 2018년 352억 원, 2019년 510억 원, 2020년 509억 원, 2021년 583억 원으로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국내 유병율이 20~30%로 추정되지만, 약 2~3%가량만 치료를 받고 있다. 이는 검진 등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간 그 자체로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방간’은 이름 그대로 간에 지방이 많이 낀 상태를 뜻한다. 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으로 쌓이게 되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그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에 40g(4잔) 이하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지방간을 말한다.
이문형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는 대부분 과체중, 비만(복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다. 드물게 피임약 등 여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에게 지방간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급작스러운 체중 감소나 체중 감소를 위해 수술하는 경우도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도 비알콜성 지방간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문형 교수는 “흡연은 심혈관 질환, 암, 제2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흡연은 간 종양 및 만성 간 질환과 같은 간 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연이 치료 반응과 섬유증 퇴행율을 증가시키고, 간세포암종 발병률을 감소시키며, 간 이식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간은 증상이 없어도 놔두면 다른 중증 질환으로 발전하기 쉬우므로 관리가 필요하다. 지방간이 심해질수록 간암 17배, 대장암 2배, 관상동맥질환은 4배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면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없고 흡연하지 않는 사람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42%까지 높고, 과거 임신성 당뇨 병력이 있는 여성이 현재 비알콜성 지방간이 있으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문형 교수는 “아직 임상에 활용되는 치료약은 없으며, 최근 3상 임상연구까지 진행되어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이라고 해서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루 기준 알콜 섭취량이 남성 30g, 여성 20g 이상이면 알콜성, 이하면 비알콜성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음주는 알콜성 간염 및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금주하는 것이 좋다.
비만인 경우 천천히 조금씩 체중 감량하는 것이 좋다. 너무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교수는 “체중이 5% 감소하면 간의 지방량이 줄어들고, 10%는 섬유화도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주일에 1kg 이상 급격히 살을 빼면 오히려 지방간이 악화하고 간부전, 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유산소 운동으로 일주일에 3번 이상, 한 번 운동 시 30분 이상 진행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식습관은 식사를 거르지 말고 세 끼를 챙겨 먹되 한 끼의 분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지방간이라고 생각해 지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생선기름(오메가3) 등의 양질의 지방은 지방간에 도움되며, 오히려 탄수화물이 비알콜성 지방간의 주 원인인 경우가 많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인슐린이 증가하면 간세포로 들어오는 유리지방산의 발생량이 늘어나고, 간 내 지방의 신생합성을 증가시켜 지방간 발생을 부추길 수 있다.
과일 주스가 몸에 좋을 것으로 생각해 탄산음료 대신 섭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일 주스의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다르게 대사돼 간으로 직행한다. 이 과당은 지방산 합성을 촉진해 중성지방으로 전환돼 지방간의 요인이 된다. 최근 유행하는 탕후루도 정제당과 과당이 혼재된 형태로 지방간에 매우 좋지 않다.
이문형 교수는 “다른 병이나 약물이 원인인 경우, 주치의와 상의 후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는 혈당 조절을 위해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과 함께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며 “만약 지방간의 원인이 되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