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동결되고 있지만, 시중금리는 계속 우상향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화위원회는 1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올해 2·4·5·7·8월에 이어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전날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년과 다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는 세계 각국이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이었고,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작년 1월 연 1.25%였던 기준금리가 같은 해 11월 연 3.25%까지 상승했고, 올해 1월 한 차례 더 오르며 연 3.5%를 기록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도 크게 올랐다.
반면 올해는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동결되고 있는데도 시중금리는 유독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와 같은 시장불안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작년은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높아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기였으나, 올해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 수준과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작년은 고금리,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금은 대주단 협약 등 여러 장치를 통해 부동산 PF 문제가 시간을 두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리 중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목소리에도 시장에서는 "오히려 작년보다 더 불안하다"는 분위기다. 작년에는 '기준금리 인상=시장금리 인상'이라는 드러난 원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났지만, 올해는 '기준금리 동결=시장금리 인상'이라는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불안 상황도 여전하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에 대한 불안감이 잠재돼 있고,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이어지고 있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대외적인 잠재 불안요인 역시 남아있다.
채권금리도 지속해서 오르는 것도 시중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긴축 장기화에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국채금리도 덩달아 상승 기조를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대출 금리와 연동되는 은행채 1년물(AAA) 금리는 18일 기준 4.104%로, 한 달 전(4.031%)보다 0.073%포인트(p) 올랐다.
고정형 주담대 지표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도 이날 기준 4.717%까지 치솟았다. 한 달 전(4.484%)보다 0.233%p 급증한 것이다.
은행들이 작년 10월 이후 고금리로 유치한 정기예금 만기도 다가오면서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려고 고금리 예금 경쟁을 펼치는 것도 향후 조달비용이 늘어 대출금리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작년 4분기 저축성 예수금 증가 등으로 올해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다소 큰 점을 감안해 경각심을 갖고 자금이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