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테이크(long take)란 장면을 길게 유지하는 걸 뜻한다. 감독이 카메라 버튼을 누른 뒤 멈추지 않고, 길게 찍는 기법이 롱 테이크다.
1948년에 개봉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는 총 10개의 롱 테이크로 구성된 영화다. 10번 정도의 끊김(cut)이 있지만, 이를 마치 하나의 장면(shot)처럼 구성했다는 얘기다.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샘 멘데스의 '1917' 역시 여러 개의 롱 테이크를 기술적으로 이어 붙인 영화다.
한 장면의 길이는 평균 4~5초다. 긴박감이 중요한 액션이나 스릴러는 다른 장르에 비해 장면의 길이가 더 짧다. 보통 한 장면의 길이가 1분 이상 지속할 때, 롱 테이크로 분류한다.
이와이 슌지는 '러브레터'의 초반부, 설산을 내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대략 2분 정도 보여준다.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첫 장면은 대략 12분간 지속된다. 두 장면 모두 롱 테이크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롱 테이크는 '인위적으로 편집하지 않고, 진짜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우리말로는 '길게 찍기'로 대체할 수 있다. 감독들이 이처럼 '길게 찍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실성'과 '객관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19일 개봉한 홍상수의 '우리의 하루' 역시 몇 개의 '길게 찍기'로 구성된 영화다. 이 영화는 그간 홍상수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같은 듯 다른 두 인물의 차이와 반복을 보여준다.
홍상수는 상원(김민희)과 의주(기주봉)의 서사를 대조하면서 고정된 카메라의 극단적인 '길게 찍기'를 통해 인물들의 시시콜콜한 순간을 차분히 바라본다.
배우를 꿈꾸는 젊은 여자에게 상원은 '솔직함'과 '진짜'를 강조한다. 삶과 사랑, 진리에 대한 젊은 남자의 질문에 의주는 "뜻을 찾지 말라"며 "그냥 있으면 안 돼?"라고 반문한다.
홍상수는 이들의 대화를 편집으로 나누지 않고, 한 호흡으로 길게 보여준다. 홍상수의 관조적 시선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게 한다. 이 같은 영상 미학을 구현하는 게 바로 '길게 찍기'다.
장면을 끊지 않고 길게 끄는 것. '우리의 하루'에서 보여준 홍상수의 영상 미학을 '길게 찍기'의 미학으로 표현하면 이해가 더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