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형 평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매섭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22주 연속 이어진 가운데 대형(전용면적 135㎡형 초과) 평형 몸값은 1년 전 수준을 상당 부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형(전용 60㎡형 이하)은 이 기간 12%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대형과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2일 KB부동산 ‘월간 아파트 전용면적별 매매가격 지수’ 분석 결과, 지난달 서울 대형 아파트 지수는 100.47로 최근 1년 기준 중형과 소형 대비 가장 낮은 하락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형 평형 매매가격 지수는 지난달 86.87로 집계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소형 평형은 지난해 8월 유일하게 기준선 이하를 기록해 가격 침체가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이후 집값 내림세가 계속되면서 지난달까지 90선 미만을 이어갔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형평형은 총 1.77% 하락했지만, 소형평형은 12.77% 떨어져 대형과 단순 비교하면 11%포인트(p) 이상 추가 내림세를 보였다. 이 기간 중대형(전용 102~135㎡형 이하)은 7.09% 하락, 중형(전용 85~102㎡형 이하) 7.19% 하락, 중소형(전용 60~85㎡형 이하) 9.59% 하락을 기록했다. 대형평형을 제외하곤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독 소형의 집값 부침이 도드라진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소형은 2020년 이후 노원구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매수세가 몰려 집값이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했었다”며 “이후 지난해부터 조정장이 시작되자 급매물이 대형보다 소형에서 더 많이 나왔고, 최근에는 소형 평형 매수세도 시들해져 다른 평형보다 더 많이 내렸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 중 소형 거래량 비중은 55.2%였지만, 지난 8월 기준으로는 47.2% 수준으로 8%p 하락했다. 반면 대형 거래량 비중은 이 기간 3.4%에서 4.0%로 0.6%p 상승했다.
실제로 서울 전역에선 대형평형 집값 강세가 공통으로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11차 전용 183㎡형은 5일 69억5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는 지난 8월 실거래가 62억5000만 원보다 7억 원 비싼 금액이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단지 전용 154㎡형 역시 같은 날 29억 원에 손바뀜하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강북 외곽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성북구 하월곡동 동일하이빌뉴시티 전용 178㎡은 13일 16억1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달 1일 15억5000만 원에 같은 평형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6000만 원 올랐다.
일각에선 재건축 투자 목적으로 서울 내 대형·구축 단지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대형 강세는 최근 재건축 호재가 덜한 준공 10년 이내 신축 단지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준공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형은 지난달 25일 50억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달 2일 47억70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3주 만에 2억3000만 원 오른 셈이다.
대형평형은 공급량이 적고, 실수요층 역시 소형평형 수요자보다 상대적으로 현금 동원력 등 경제력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대출 금리 인상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져도 집값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면서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소장은 “대형평형은 서울 내 소형보다 상대적으로 덜 하락해 최근 집값 회복 속도가 빠르고, 실수요층이 두터워 금리가 조금 올랐다고 해서 급매로 내놓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