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해석 논란…'성과 깎기' 도구 전락한 통계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이 자행됐다는 의심이 일고 있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의 통계를 왜곡해 성과를 깎아내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올해 상반기 민간부문의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9만1000명 줄었다는 보도에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 통계에 사용된 취업시간별 근로자 수는 평소 취업시간이 아닌 조사대상 주간에 ‘실제 얼마나 일했는가’를 조사한 결과”라며 “이를 기준으로 36시간 미만·이상 취업자를 단시간 근로자 내지 전일제 근로자로 해석하거나, 36시간 미만 취업자 증가를 일자리 질이 낮아졌다고 해석하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인일자리 등 공공일자리 비중이 큰 60세 이상과 공공행정·보건복지·농림어업 취업자를 제외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가 상반기 1905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9만1000명 줄었다고 주장했다.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주 40시간 근로자를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주 10시간 취업자는 4명이 1명으로 계산된다. 김 의원은 민간의 질 좋은 일자리가 급감했다며, 상반기 견조한 고용지표가 착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분석은 일반적인 방식을 크게 벗어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0세 이하가 아닌 15~64세를 전일제 환산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제기준이 존재함에도 전체 취업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60~64세를 임의 배제할 근거가 부족하다. 배제된 산업의 취업자도 전부를 공공일자리로 보기 어렵다. 보건복지 서비스업은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 민간 비중이 크다.
전일제 환산 취업자 논란은 전 정권 말이었던 지난해 2월에도 있었다.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은 2017~2021년 전일제 환산 취업자가 209만 명 줄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전월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20년 연속 50%대에 머물렀다며, 양만 늘리는 고용정책이 통계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도 해석 오류가 존재했다. 취업자 산정 방식엔 문제가 없었으나, 2020~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존 세계적 고용 충격이 발생했다. 이 시기 고용정책 효과 평가에는 국내 시계열 비교보단 국제 비교가 적절했다.
정권교체 전후 공수만 전환된 채 똑같은 공방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은 자신들이 반박했던 주장을 현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고용지표는 해석 오류 가능성이 큰 지표 중 하나. 대표적인 지표는 고용률, 취업자 수, 실업률, 고용보조지표(확장실업률) 등이다. 이를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경제지표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증감, 연령대별 인구 구성비 등 다양한 지표의 영향을 받는다. 다른 지표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고용지표만 취사선택해 해석하면 통계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해석 오류·왜곡 가능성이 큰 양적 지표 대신 비율 지표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취업자 수 같은 절대치는 모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비율 통계가 적절하다고 본다”며 “다만, 해석 오류·왜곡 소지가 없는 완전한 가치중립적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 만큼, 통계를 공표할 때 최대한 객관적이고 상세한 해석을 함께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