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우리가 노벨상을 받으려면

입력 2023-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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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이번에는 혹시 우리나라 사람이 있을까 기대했으나 발표결과 우리나라 사람은 없었다.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계 인사도 없다. 1901년 수상을 시작한 이후 122년이 되는 올해까지 누적 수상자는 1000명이다. 일본은 29명, 중국은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나 우리나라는 2000년의 故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노벨 평화상을 제외하고 아직 수상자가 없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고, 군사력은 6위 수준이다. 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관행적이고 논문발표용 연구, 끼리끼리 연구, 융복합 연구부족, 국제적 네트워킹 부족, 연구비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있다.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지원확대 등 종합적인 연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 총 규모가 줄어들어 관련단체에서 성명서를 내는등 아우성이다. 2022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29조8000억 원, 2023년은 31조1000억 원으로 연간 30조 원 이상이 연구개발에 지원된다.

2024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2023년에 비해 약 16.6% 감소한 25조9000억 원으로 편성돼 국회에 제출됐다. 예산 감소에 따른 많은 불만도 있고 종사자들의 애로가 많을 것이다. 정부 발표는 '특정 집단의 기득권적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 정부예산으로 연명하는 사업'은 삭감했다는 설명이다.

연구개발 예산 확대보다 더 중요한 점도 많다. 과학기술 종사자와 논의해보면 우리가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개발 예산 부족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2023년도 총 지출 규모(639조 원)대비 정부 연구개발 예산 비중은 4.8%다. 선진국에 뒤떨어지지 않은 수준이다. 전체 GDP 대비 정부 연구개발 비중은 1.09로 일본의 0.77에 비해 훨씬 높다. 비다르 헬게센(Vidar Helgesen) 노벨재단 총재도 "한국은 수년간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선두권" 이라면서 한국의 과학기술 투자를 높이 평가했다.

세계적 연구성과는 연구개발 예산규모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수 있다. 예산 규모보다 연구개발 예산 구조와 집행의 문제점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다. 연구개발 예산의 50%가 1억 원 이하의 소규모 사업에 집중돼 있다. 전형적인 나눠먹기식 예산구조이다. 또 지난 6년간 정부가 지출한 연구개발 예산에서 연구비 부정 사용 등으로 환수 결정된 금액이 총 1787억 원에 달한다. 연구개발 예산 관리와 검증을 철저히 하는등 연구개발 전반을 재점검 해야한다.

연구개발 종사자의 인식이나 자세도 고쳐야한다. '연구환경이 열악하고, 영어가 부족하며 국제적 네트워킹'이 약해서 노벨상을 받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중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일본 수상자 대부분이 국내파라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필자가 과거 미국 워싱턴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다. 올해의 최고 과학자상을 받은 한국계 과학자 릴리아 호이 박사를 초청해 식사를 했다. 릴리아 호이 박사는 미국 최고 과학자상을 수상했지만 지역 대학에 다시 등록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고 했다. 최고 과학자이나 끊임없이 타 분야를 배우려는 자세가 놀라웠다. 미국이 지금까지 411명의 노벨상을 수상하는 최대 수상 국가가 된 이유를 새겨보자.

'돈으로 노벨상을 살수 없으며 고독한 연구자의 길'을 가야한다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을 1∽2년내에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을 가졌으나 실패했다. 몇 년전 노벨상 후보에 거론됐으나 수상하지 못하고 옥고를 치른 인사도 보았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카탈린 카리코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수상했다.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공로이다. 메신저리보핵산은 1961년 발견됐고 관련 백신 연구논문은 2005년 나왔으며 상용화되기 까지 30년 이상이 걸렸다고한다. '친구도 없고 취미도 없고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했다'는 일본 노벨상 수상자의 말이다. 48차례나 노벨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한 자도 있다.

노벨상이 시대착오적이고 다소 문제는 있다. 정보통신, 로봇공학, 인공 지능, 바이오등 과학기술 영역이 엄청 확대되는 현실에 물리, 화학, 생리의학등 몇 개 분야로 한정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다. 노벨상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미국 뉴욕대학의 데이비드 오신스키(David Oshinsky)교수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노벨상은 인류에 기여정도를 강조하고, 독자적 연구보다는 협업을 강조하는 추세다.

세계적 과학자로 초대 과학 기술처 장관을 지낸 故 김기형 장관은 필자에게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분야가 농업부문"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은 토양, 수질등 기초 과학에 특화돼 있고 식물과 동물, 생산, 소재,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융복합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탄탄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잘할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융복합하는등 과학자의 인식을 바꾸어야 노벨상을 수상할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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