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성범죄로 형을 살고 출소한 사람들을 시설에서 거주하도록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에서 의견이 모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견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24일, 법원이 거주지 제한 명령을 내릴 때 대상자가 사는 광역자치단체 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거주시설’을 거주지로 지정하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출소 후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살게 된다는 뜻이다.
국회 내에서는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반복되는 거주지 논란을 줄이면서도 국민들을 더 두텁게 보호하려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이 빨리 이뤄지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큰 취지에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한 시설로 그 사람들을 모아둔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런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현재 국회에도 여러 안이 나와 있고,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사위 소속 의원도 “거주 시설을 정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제시카법과 다른 점이 있고, 그야말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문제 아니겠냐”라며 “국회 중심으로 논의를 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국회 통과 등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논란은 생길 수밖에 없지만, 시민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일부 주거 제한을 수용할 것인가 혹은 두려움을 용인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재범 낮추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니, 법무부도 어떤 안도 논란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이중 처벌, 과도한 개인 거주의 자유 제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도 목적이 비슷한 법안은 발의돼 있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경우 학교 또는 아동 관련 시설 인근에 있는 갱생보호시설에의 거주를 제한하는 보호관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갱생보호시설은 법적 구금 상태에서 풀려나온 출소자에 대한 재범 방지와 자활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마련된 시설로, 현행법상으론 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자가 아동과 청소년시설 인근 갱생보호시설에 거주해도 이를 제한할 수가 없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2월 7일 법원이 강력 성범죄자에게 전자장치 부과명령을 선고할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주변 및 학생 밀집 지역에의 거주 제한하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습적 성폭력·살인범죄자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중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형기 종료 후 일정 기간 사회와 분리 수용하도록 한 보호수용법안 제정안(민주 김철민)도 발의돼 있다.
이처럼 재범방지 대책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됐던 만큼 국회도 정부안 등 여러 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의논 좀 하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고, 법무부는 이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반박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