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국내 유일의 원양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김양수 해진공 사장이 “유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 공사가 일정 지분을 보유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적격 인수자가 없으면 유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매각 절차가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유찰 가능성을 제가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전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HMM을 이번 입찰에서 반드시 매각할 것이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답해 유찰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김 사장은 이날 "HMM의 미래 가치가 포함된 기업 가치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서 매각하겠다"며 "국가전략산업으로서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금융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매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HMM은 경영 정상화가 됐다고 판단한다"며 "종합물류기업으로 발전하려면 중장기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하고 그런 의사결정을 하려면 민간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이 더 적합할 거라고 생각해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각 측이 보유 지분 전량이 아니라 희석 기준 지분율로 38.9%를 매각한다면서 "나머지 지분은 국가전략산업인 해운산업에서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의 비중을 고려해 공사가 일정 지분을 계속 보유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MM 매각 측은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3곳을 추려 지난달 6일부터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최종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할 예정이다.
그간 산업은행은 HMM 매각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으나, 업계에서는 HMM의 매각가격이 5조∼7조 원 정도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후보 세 곳 모두 자체 여력으로 HMM을 인수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날 신 의원은 인수 후보들의 자산 규모가 HMM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자기자본과 시가총액은 5분의 1 수준이라면서 "새우가 고래를 삼킬 우려에 대한 지적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 논리로만 매각에 집중할 경우에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고 해운업계 구조 건전성에도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