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이 올해 내내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시장은 전국 기준 4달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빌라시장은 매맷값 하락에 수요 감소까지 이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자 아예 빌라 공급까지 줄어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빌라 공급이 줄면 서민 주거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연립주택 평균 가격은 3억2862만 원으로 9월(3억2883만 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서울 연립주택값은 지난 6월 3억2885만 원을 기록한 이후 3억3000만 원대 평균 집값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도 연립주택 부침은 이어진다. 지난달 전국 연립주택 평균 가격은 2억1443만 원으로 지난해 11월 2억1614만 원을 기록한 뒤 11개월째 2억1000만 원 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은 2억3863만 원이었다.
반면 아파트값은 전국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1억9663만 원으로 12억 원에 육박했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 3월 12억972만 원을 기록한 뒤 11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8월부터 평균 아파트값이 반등해 12억 원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 기준으로는 지난달 5억 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평균 아파트값은 5억25만 원으로 전월 대비 약 170만 원 올랐다. 전국 평균 아파트값 5억 원을 재돌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반년만이다.
이렇듯 빌라시장 침체는 매매뿐 아니라 전세 시장에서도 포착됐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계가 끝난 9월 서울 내 빌라 전세 거래량은 496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5496건 대비 9.7%(532건) 줄어든 규모다. 전세 사기 공포가 지난해 말 이후 최근까지 지속하면서 빌라 전세 수요는 1년 내내 감소세다.
역전세 우려도 여전하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3분기 수도권 빌라 전세 거래 중 52.5%는 새 계약 때 전세 보증금이 기존보다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시세 차액 평균은 3056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같은 기간 동안 아파트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더 오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정반대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정책금융대출 역시 아파트 중심으로 시행되면서 빌라 수요는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빌라 매매와 전세 모두 줄어들자 새 빌라 공급도 줄어들 태세다. 당장 3분기 빌라 착공 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누적 주택 착공 물량은 12만586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2% 줄었다. 특히 아파트 외 주택 착공 물량은 누적 3만636가구로 전년 대비 54.0% 줄었다.
정부는 비아파트 착공 물량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비아파트에 대한 주택도시기금의 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사업자가 비아파트를 분양하면 가구당 최대 75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특히 다세대(3.5%)와 연립(4.3%)은 지원 대출 중 최저금리로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빌라 약세는 부동산 침체기의 전형적 모습인 만큼 당분간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올라 한계점에 도달해 전세 수요가 비아파트로 이동하기 전까진 빌라 침체 상황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