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0% 오를 때 공무원 1.8% 인상..."특공마저 끊겨" [스페셜 리포트]

입력 2023-11-06 05:00수정 2023-11-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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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젊은 공무원들에게 유독 가혹했다. 큰 폭의 혼인율 하락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본지가 5일 한국행정연구원 공직생활실태조사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대 공무원의 유배우율(이혼·사별 제외 혼인율)은 29.4%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42.7%보다 13.3%포인트(P) 내렸다. 같은 기간 최종학교를 졸업한 전체 취업자의 유배우율이 41.8%에서 37.0%로 4.8%P 하락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과거 공무원 혼인율은 같은 연령대 민간기업 취업자보다 높았다. 민간기업보다 임금수준은 낮지만, 정년 보장과 다양한 복지혜택, 높은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일찍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전후 혼인율이 역전됐다. 비혼·만혼은 추세라지만, 공무원은 그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 이는 공무원이란 신분이 오히려 불이익이 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민간은 ‘코로나 특수’, 공직은 ‘고통 분담’

코로나19 유행기 저금리로 촉발된 ‘투자 광풍’에 금융사들은 성과급 파티를 벌였고, 비대면 가속화에 정보기술(IT)·게임업계는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반면,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대면 서비스업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근로자들은 휴·폐업과 실직, 소득 감소로 내몰렸다. 공무원들의 상황은 후자에 가까웠다.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임금은 정체됐고, 수당은 삭감됐다. 2018~2019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도 공무원들에겐 남 얘기였다.

최저임금이 10.9% 올랐던 2019년 공무원 처우 개선율(임금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큰 폭으로 둔화지만, 공무원 처우 개선율은 이보다 낮았다. 상용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사업체 사무관리직 평균임금 대비 공무원 임금수준은 2020년 90.5%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83.1%로 떨어졌다.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5%다.

반면 업무량은 ‘폭탄’ 수준이다. 다수의 민원인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고용노동부, 국세청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은 코로나19 유행기 '공짜 야근'에 시달렸다.

국세청의 한 30대 미혼 공무원은 “야근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연애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퇴근 후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여가활동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 세무서장은 “예전엔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던 국세청 지원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며 “넉넉하지 못한 급여와 잦은 야근 등이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탈(脫)공직도 이어지고 있다. 세무직의 경우, 9급 공개채용 경쟁률은 2019년 22.6대 1에서 올해 10.3대 1로 떨어졌다. 2020년 650명이던 5급 이하 퇴직자는 지난해 908명으로 늘었다.

◇무너진 ‘내 집 마련’ 꿈

공무원 임금이 정체된 동안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대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21년 10월(고점) 40.5%로 상승했다. 집값 상승은 정부청사 소재지로 공무원 밀집도가 높은 서울, 대전, 세종에 집중됐다. 고점을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19년 12월 대비 43.8%(2021년 10월) 올랐다. 대전도 45.3%(2021년 10월) 상승했다. 공무원 밀집도가 가장 높은 세종은 71.7%(2021년 6월) 폭등했다.

그나마 과거에는 '이전기관 특별공급'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저가에 공급됐으나, 이 조차 공무원 특혜 논란에 2021년 7월 폐지됐다. 특공을 못 받았거나 특공 폐지 이후 입직한 공무원들은 ‘내 집 마련’ 꿈을 강제로 접어야 할 처지다. 특히 세종은 2012년 건설된 신도시로, 관내 신규 공무원 대부분이 외지인이다.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로 월 70만~80만 원을 지출하면서 생활비를 아껴 저축해야 한다. 그렇게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건 "허황된 꿈에 가깝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자조섞이 푸념이다.

한 사회부처 과장은 “예전과 비교해 미혼 공무원들이 많이 늘었다”며 “월급, 집값 등 저마다 토로하는 어려움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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