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견 선천적으로 파행 질환 취약…이상 행동 살펴야
강아지 적절한 산책으로 예방과 조기 발견 한 번에
#완연한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 단풍도 구경하고 강아지 ‘호두’에게 나들이 선물을 할 겸 서울 근교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방문한 카페는 반려견 운동장이 있는 곳이라 느긋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었으며 호두도 다양한 친구들과 뛰어 놀 수 있는 곳이었다. 반려견 운동장에 도착 해 자리를 잡고 호두가 뛰어 노는 모습을 보는 중에 눈에 띄는 한 강아지를 보게 되었다. 뭔가 불편한지 한쪽 다리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친구들과 뛰어 다니며 놀고 싶을 텐데 보호대 때문에 불편한지 천천히 걷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600만 가구를 넘기며 네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75.6%가 강아지를 기르고 있었고, 반려견의 수는 545만 마리로 나타났다.
반려 가구와 반려견의 수가 늘면서 동물병원을 찾는 강아지의 질병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이 중 다리를 절뚝이는 파행(跛行) 질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와 같이 실내 생활하는 반려견의 경우 미끄러운 바닥 재질 때문에 후지 파행이 자주 발생한다. 푸들, 말티즈, 포메라니안, 시츄,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등 소형견은 선천적으로 슬개골 및 파행 질환에 취약한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
또한, 펫숍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강아지는 강아지 공장에서 가족 간 교배하는 경우가 많아 악성 유전병이 대물림되는 경우가 있으며, 일부 불법 번식장에서는 소형견을 만들기 위해 사료를 제한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영양실조를 유도해 질병에 취약한 건강 상태인 경우도 많다.
강아지 파행의 가장 많은 원인은 슬개골 탈구를 꼽을 수 있다. 주로 소형견에게 나타나며 슬개골 뼈가 무릎의 활차구(슬개골이 위치하는 오목한 부분) 밖으로 빠지는 질환으로 관절염과 통증을 유발한다.
고관절 질환도 주요 사례 중 하나다. 대퇴골의 골두가 기형적으로 형성되는 고관절 이형성증, 대퇴골이 고관절에서 이탈하는 고관절 탈구, 혈액 공급에 이상이 생기는 대퇴골두 허혈성 괴사 등이 있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나 점프하다가 미끄러지는 등의 격한 움직임으로 인한 십자인대 파열도 자주 발생한다. 침대나 소파 등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무릎에 과도한 충격을 줄 때도 생길 수 있다.
강아지 파행의 경우 매우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하지 않고 보존적인 치료와 운동으로 개선 시킬 수 있지만 시기가 지나 통증이 심한 경우엔 대부분 수술을 권장한다. 최근엔 강아지 정형외과 수술 방법과 기기 등이 매우 발전해 수술의 성공 확률이 높아졌지만, 보호자가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강아지와 자주 산책하면서 강아지의 이상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해 질병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태성 권앤정 24시 수원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병원에 내원하는 보호자 중 상당수는 ‘아이가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많이 아파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표현을 하지 않아서 잘 몰랐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조기에 발견했다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심각하게 악화한 후에 내원할 수 있어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활동성이 강하고 후각에 민감한 강아지는 산책을 통해 운동량을 소화하고, 산책길 주변의 냄새를 맡으며 호기심을 충족한다. 또 산책은 강아지의 건강 이상과 행동 이상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집 안에서 생활하는 강아지는 이동 거리가 짧아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다리나 행동의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산책 중에는 보호자 역시 강아지의 이동 경로에 집중하기 때문에 행동 이상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정 원장은 “산책은 강아지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체중의 강아지나 노령견의 경우 무리한 산책을 오히려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의사와 상담 후 강아지에게 알맞은 적절한 산책법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아지 파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노력과 환경의 변화도 중요하다. 대부분 강아지는 보호자가 집에 돌아오면 반가움을 표현하기 위해 문 앞까지 달려 나와 두 발로 서서 점프하며 매달린다. 이런 흥분 상황은 강아지의 관절에 큰 무리를 주기 때문에 강아지가 흥분하지 않도록 집에 들어오면 제자리에 앉아 강아지를 안아주며 흥분하지 않도록 다독일 필요가 있다.
만약 집에 미끄러운 강마루나 장판이 깔려 있다면 쿠션이 있는 매트를 깔아 주고 소파나 침대 옆에는 계단을 설치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주기적으로 강아지 발톱과 발바닥에 난 털을 깎아 줘 이로 인한 미끄러짐을 예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도움말=정태성 권앤정 24시 수원동물메디컬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