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반도체 재고, 내년 상반기경 조정 마무리 전망”
한국은행 조사국 동향분석팀은 3일 ‘최근 반도체 경기 국면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경기의 회복은 수출, 투자, 생산 등 실물경제 전반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흐름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주요 반도체 전망기관들이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올해 4분기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한 점을 주목했다. 연구팀은 “반도체 전망기관인 가트너는 글로벌 D램 수급 상황이 연말경 초과 공급에서 초과 수요로 전환되고 판매 단가도 저점에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도 수급 여건 개선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경 조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경기는 작년 하반기 이후 부진했으나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반도체 생산 및 수출금액이 올해 2분기 이후 고성능·고용량 반도체를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9월 들어서는 반도체 경기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D램 현물가격도 1년 6개월여만에 소폭 상승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경기 개선은 AI 관련 수요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가시화된 데 기인했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PC, 스마트폰 등 전통적 IT 수요는 예상보다 회복이 더디지만 챗GPT 등 AI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HBM, DDR5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며 “주요 생산업체 감산의 효과도 하반기 들어 본격화되면서 공급과잉 완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반도체 경기 회복은 우리 경제 회복 흐름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최근 반도체 수출은 물량에 이어 단가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주요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개선되면서 내년에는 첨단공정을 중심으로 반도체 장비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생산 측면에서도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GDP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반도체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도 염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구팀은 “고금리 지속,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IT제품 수요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경기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이슈도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전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