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행동주의 펀드는 투자자에게 주가 상승의 공식처럼 여겨진다.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의 행보가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주가 상승도 단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를 따라 추격매수 하던 개미들도 지지부진한 수익을 보는 경우가 흔한 상황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빚었던 SM 주가는 올해 37.81% 올랐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와 공방을 벌인 DB하이텍과 현대엘리베이터도 같은 기간 각각 40.24%, 54.06% 상승했다.
반면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표 대결을 벌인 KT&G는 같은 기간 4.59% 하락했다. FCP가 지난해에 이어 지속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했지만,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실제 개미들은 기업가치 상승을 보고 올해 978억 원 순매수했다.
행동주의 펀드와의 분쟁이 일어나 주가가 상승한 종목을 추격 매수했어도 수익률은 마찬가지다. 통상 개미들은 이미 주가가 오른 뒤 추종매수 할 수밖에 없어 종목에 대한 단기적인 기대감이 사라지면 고점에 물리는 셈이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도 KCGI가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8월 23일부터 이날까지의 주가 흐름으로 보면 7% 넘게 하락했다. 주주서한 소식이 들린 직후 주가가 급등할 때 매수했던 개미들은 마이너스 수익을 보는 상황이다. DB하이텍도 KCGI가 주주서한을 공개한 6월 1일부터 현재까지 13.74% 하락했다. 이 기간 개미들은 161억 원 순매수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는 단타로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이를 따라 사는 개미들은 수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며 “행동주의 펀드는 어떻게든 수익을 내는 게 가장 큰 목적이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가를 높이는 건 부차적인 목적이니 이들을 따라 사는 투자법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장기적 측면에서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활동했던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사항 대다수도 부결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주주총회에서감사위원 선임,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 액면 분할 등을 제안했는데, 모두 부결됐다. KT&G 주총에서는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배당금 확대, 사외이사 증원 등의 안건이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