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 대비 비우호적으로 변화하면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 방향에 높은 영향을 받는 증권사의 자기매매 성과가 증권 업황 전반의 실적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6곳(KB·NH·하나·신한·하이·BNK)의 3분기 실적은 일제히 직전 2분기 대비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2분기 2204억 원을 기록했지만, 3분기 1184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들어 적자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225억 원이었으나,3분기 마이너스(-)185억 원으로 급감했다.하나증권과 BNK투자증권은 2개분기 연속 마이너스 적자 흐름을 지속해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순이익은 2분기 151억 원에서 3분기 8억 원으로 한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증권업 내에서도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기에 비우호적인 현재 증권 업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며 “1분기에는 금리 안정화로 증권사들이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둔 반면, 3분기 실적은 업체별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주요 원인은 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실적 저하로 인한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수익 감소와 대체투자 평가 손실이 꼽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상반기 말 연 3.66%에서 이달 1일 연 4.07%로 뛰어올랐다.
특히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가 많은 증권사들의 실적이 저조하게 나타났다. 증권사 IB 부문의 수익성은 신규 딜 가능성은 제한적인 가운데, 기존 건의 자산건전성 악화 부담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별로는 중소형사에서 국내 부동산 PF에 대한 손실 부담이, 대형 증권사의 경우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실 부담이 손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차별화가 진행됐다. 신규 건 부재, 기존 브릿지론의 부실화로 인한 기초자산 매입 등으로 PF 신용공여 잔액은 꾸준히 감소 중이다.
증권사 투자중개부문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증권 예탁금 이용료율 상승으로 이자마진도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 PF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을 여력마저 확보되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