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평가 10%에 경선득표 최대 -40%…사실상 컷오프
비명 "무슨 감동 주겠나"…친명 "룰 흔들 권한 없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이 현역의원에게 고강도 경선 페널티를 부여하는 '김은경 혁신안' 검토 카드를 꺼내들면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공천 학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친명(친이재명)계가 주도하는 선출직 평가 과정이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인데, 총선이 임박할수록 공천 룰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계 5선 조정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한 총선기획단은 전날 첫 회의에서 김은경 혁신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총선기획단 간사를 맡은 한병도 의원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여러 사안에 대해 특정한 시간을 잡아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공천 룰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는 지난 8월 선출직공직자 하위 평가 감산 대상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리고, 경선 득표 감산 범위를 최대 40%까지 적용하는 방안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계파 간 이견이 커 지도부가 수용 여부를 사실상 보류한 상태였다.
당시 비명계는 현직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이 친명 인사인 송기도 전북대 명예교수인 점 등을 이유로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역 감점을 확대하는 혁신안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송 명예교수는 이 대표 지지 모임인 전북정책포럼 상임대표를 맡은 전력이 있다. 비명계가 총선기획단을 '친명기획단'으로 규정하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조 사무총장 교체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명계는 김은경 혁신위도 '친명 일색'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경선 득표 40% 감산이라는 굴레를 짊어질 경우 현역의원이라 해도 공천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 민주당 의석(168석)·김은경 혁신안 기준으로 40% 감산은 하위 평가자 10%인 16~17명에게 적용된다. 당 관계자는 "40% 감산 대상이라는 것은 선거에 나가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20% (감산) 정도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은 많다. 이런 건 이의 신청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40%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개적인 반발 목소리도 나왔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총선기획단이) 이미 국민들로부터 잊힌 김은경 혁신안을 다시 만지작거린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그게 무슨 감동을 주겠나"라며 "이미 22대 총선 특별당규를 전당원 투표로 통과시켰다. 이걸 만지작거려서 총선 관련 룰을 건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는 비명계의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총선기획단이 공천 룰 전체를 흔들 권한은 없다"며 "공천 룰을 5월에 결정했기에 큰 틀에서 변경되는 경우는 없다. 공정 경선을 원칙으로 삼고 시대 흐름과 방향에 맞게끔 인물을 영입해 필요에 따라 공천하면서 큰 흐름에서 당의 총선 콘셉트를 잡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를 겨냥해서는 "국회의원 8년, 12년 한 사람이 경선에서 지면 과연 그게 능력이냐는 판단이 있을 것 같다"며 "경선을 잘 준비해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