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융취약층 부메랑 우려"
금융권은 ‘포용’과 ‘상생’을 기치로 내건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올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상생지원금을 약속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한 청년들이 고금리에 허덕이자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각종 정부 지원책에 동원됐고 코로나 후유증에 힘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위해 수년째 연장해온 대출 만기 및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은 별개로 인식됐다.
‘이자장사 ’논란에 벌어들인 돈의 상당수를 사회공헌에 쏟아부었지만 강도 높은 비난 수위에 어쩔 수 없었다. 최근 은행들은 또다시 ‘공공의 적’으로 몰리며 자발적 지원을 요구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의식한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금융권이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16일 금융당국 수장과 만나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한다. 각각 1050억 원, 10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패키지를 지원한 신한금융과 하나은행에 이어 금융지원 방안을 위해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KB·우리·NH농협금융도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은행 등 금융권의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총 1조1479억 원이다. 올라가는 연체율과 가계부채 급증 등 지표가 안 좋은 경영 여건에서도 역대급 실적이라는 ‘부메랑’에 추가 상생안을 만들어내야 할 판이다.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지원책도 쏟아져 나왔다. 특례보금자리론과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정부의 돈 풀기 지원책이 이어졌다. 문제는 해당 정책금융상품은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은행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도 오르자 대출 부실로 인한 추가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당 지원책이 오히려 가계대출을 가파르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자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매도 한시 금지’와 관련해서도 총선용 포퓰리즘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국회에는 공매도와 관련해 6건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제도개선이나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목표보다 ‘간 보기식 던지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그 손실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리를 올리지 않고 가계 부채를 억제할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금융을 명목으로 이자 감면, 수수료 면제 등의 지원정책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역행한다”면서 “금융당국이 은행을 압박하고 은행 금리가 낮아져 손실이 커지면 결국 청년과 금융 취약계층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시즌이면 반복되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