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 임직원들은 지난 주말을 반납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하면서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총 2050억 원의 추가 ‘상생안’을 냈다. KB·우리·농협금융지주 등은 이달 16일 당국의 ‘면담’ 이전에 지원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분주한 움직임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은행권에 대해 ‘종노릇’, ‘갑질’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일 ‘특단의 노력’을 주문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0조 원에 달하는 이자이익에 상응하는 혁신이 없다며 은행권에 돌직구를 날렸다. ‘청구서’에 아직 대답하지 못한 금융사들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데자뷔다. 앞서 2월 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며 ‘돈 잔치’로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이복현 원장은 ‘상생금융 투어’로 측면지원에 나섰다. 이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공동으로, 또 따로 상생금융 대책을 쏟아냈다. ‘상생금융 시즌2’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즌2가 ‘전편보다도 못한 후속편’이란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신경 써야 하는 점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금융사의 본질이라고 강조되는 ‘신뢰’다. 지금은 은행-정부, 은행-국민 간 신뢰가 부족하다. 우선 국민이 믿지 않는다. 시즌 1 때문이다. 당시 은행권 공동으로 ‘3년간 10조 원’ 지원책을 내놨지만, 실제 출연 재원은 발표 금액의 10분의 1 수준을 밑돌았다. 또 무엇보다 은행권이 발표하는 상생금융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는다. ‘정부 압박 후 상생금융 발표’의 공식이 반복돼서다.
은행과 금융당국 간 신뢰도 부족하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은행 탓’을 했다. 이 원장은 상생금융 때문에 대출 금리가 하락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은행 내부에서는 “상생금융 하래서 금리를 낮췄는데 배신감이 든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국과 은행 간 믿음과 소통을 바탕으로 상생금융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신뢰 하락은 당연하다.
신뢰를 얻으려면 은행권 상생금융이 지속 가능한지 따질 필요가 있다. 등 떠밀려 급하게 설계하면 수요 없는 면피성 상품만 내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이는 금융사 신뢰를 깎아 먹는다. ‘후속편은 항상 전편보다 못하다’는 통념을 깨고 실효성 있는 시즌2로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