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조치로 일명 ‘단타 개미’가 늘어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직후 주가가 널뛰자 그 틈을 파고들어 수익을 내려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하루에도 매수와 매도를 수차례 오가며 수익을 낸 개미들로 종목 토론방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심화한 증시에서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7조8101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직전(3일) 44조6820억 원까지 줄었던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7% 넘게 늘어난 것이다. 3일은 올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날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 직전까지는 테마주 광풍이 끝나며 증시 거래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특히 많이 끈 종목은 공매도 비중이 컸던 이차전지 관련주다. 6일부터 이날까지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POSCO홀딩스(3004억 원) 포스코퓨처엠(1712억 원), 기아(890억 원), 삼성SDI(841억 원), 파두(482억 원), 엘앤에프(457억 원), 포스코인터내셔널(455억 원) 등 순이다.
문제는 개미들 매수세가 단타 거래 양상을 띤다는 점이다.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외에도 개별 종목에서 변동성완화장치(VI)가 다수 발동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VI는 주가가 급변할 때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제도다.
VI는 6일 277회, 7일 238회를 기록해 3일(197회)보다 늘어났다. 6일에는 에코프로(2회), 에코프로비엠(2회), 에코프로에이치엔(2회), 엘앤에프(2회) 외에도 포스코그룹주 모두에 각각 1회씩 발동됐다. 7일에도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엘앤에프, 포스코엠텍을 제외한 모든 포스코그룹주에 1회씩 발동됐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회전율도 1%대로 급등했다. 6일과 7일 시가총액회전율은 각각 1.10%와 1.01%다. 10월 평균 시가총액회전율은 0.65%다. 1%를 넘긴 건 8월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대금을 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식 손바뀜이 빈번했음을 뜻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시가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피로감 느끼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차익실현보다 투자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8개월 동안 공매도가 금지됐지만, 수급 영향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며 “롱숏이 불가능해진 시장은 가격 효율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숏커버가 끝나고 나면 거래가 위축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집중되었던 일부 업종은 이번 이슈가 단기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현재는 2020년과 달리 금리 레벨에 따른 긴축적인 금융 여건에 추가적인 개인 자금 유입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공매도 집중도가 높은 업종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매도 금지도 공교롭게 최근 금리 하락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발표됐기 때문에 6일 코스피, 코스닥이 급등한 것”이라며 “2020년 3월 사례처럼 확실한 금리 하락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세적인 상승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이라고 했다.
한편 이미 증시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발(發) 상승 효과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1% 하락한 2421.62에 거래를 마감했고, 코스닥 지수는 1.62% 떨어진 811.02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회전율도 이날은 0.6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