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조선 불황 때 고통 분담…올려야”
업계 동상이몽에 중국산 후판 수입량 증가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철강업계가 조선업계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ㆍ한화오션ㆍ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는 글로벌 후판 가격이 내려간 만큼 인하를, 포스코ㆍ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전기요금 부담 등 원가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으로 사용한다. 1년에 두 번(상ㆍ하반기)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번 치열하게 협상이 진행된다.
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철강사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물품은 계속 납품하지만, 가격 책정은 아직이다.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통상 9월께 마무리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협상은 지지부진한 셈이다.
조선업계는 후판의 원료로 쓰이는 철광석 가격이 내려간 만큼 후판 가격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글로벌 후판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철광석 현물 가격은 3월 133.1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하반기 들어 △7월 105.4달러 △8월 103.75달러 △9월 116.8달러 △10월 114.0달러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조선사들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값싼 중국산 후판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1~10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92만 톤(t)을 기록했다. 지난해(64만 톤)보다 43.7%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앞서 2021년에 두 차례, 지난해ㆍ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했는데 또 오른다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상반기 후판가는 이미 1톤 당 90만 원 중반으로 글로벌 후판가보다 10% 정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철강사들은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상 갈등을 지속하는 가운데 각종 규제와 업황 악화 등의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애초 실적 증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주춤하면서 실적 회복은 더디고, 하반기는 비수기라 판매량 또한 줄어들고 있다.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철강업계는 통상적으로 전기료가 1kWh당 1원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2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어려울 때 철광석 가격 상승 등 원가 인상 압박 속에서도 줄곧 양보하며 고통을 분담했다”며 “원가 변동성이 높고 업계 시황이 어려운 만큼 조선업계가 가격 협상에 협조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