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변경 약관 위반인데…인기에 대행업체까지 등장
“윤리의식 문제지만, 글로벌 OTT 정책에 근본 문제”
한국인 송모(27) 씨는 최근 우크라이나인이 됐다. 영상·음원 플랫폼 세계에서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넷플릭스, 티빙까지 구독하다 보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부담에 국적까지 바꾼 것이다. 송 씨가 처음부터 ‘구독 속임수’를 한 건 아니다. 송 씨는 “몇 년 전부터 친구들이 인도나 튀르키예로 우회해 가입한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업체가 줄줄이 구독료를 인상하자, 고민 끝에 우크라이나로 가입하게 됐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국내외 OTT 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는 ‘디지털 고물가’ 시대에 진입했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스마트폰, IPTV(인터넷TV) 등 다른 디지털 서비스까지 도미노 요금 인상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OTT 구독료를 아껴보겠다고 국적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해외에서 가입하면 국내 시장보다 더 저렴하게 OTT를 이용할 수 있다. 포털에 ‘OTT 국적 변경’이라고 검색하면 다른 나라 계정을 편법으로 이용할 수 있게 안내하는 대행업체까지 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유료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의 42.5%가 서비스 이용 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불편한 점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구독자 황모(26) 씨는 “한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할 때는 1만 원이 넘었는데,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가입하니 3000원대가 나온다”며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월 요금이 3분의 1로 줄어든 걸 보니 다른 OTT에서도 가능한지 알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구독자 행위는 약관 위반이다. 유튜브는 국적 변경을 허용하지 않고, 공식 경로가 아닌 방법으로 유료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계정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몇 년 전 국내에서 인도나 튀르키예 등을 통한 우회 접속이 성행하자 접속이 막힌 사례도 있다.
이용자들의 윤리 의식이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라마다 이용 요금을 차별하고, 그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하는 글로벌 OTT의 요금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국가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요금이 과하게 비싸다. OTT도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것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게 만들어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전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