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 허상일까 현실적 대안일까

입력 2023-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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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등 내세운 두 국가 해법
오슬로 협정 때 첫 논의, 최근 10년 간 방치
이스라엘 내 반대 목소리, 정치적 의지 약해
유대인 32%·팔레스타인 주민 28%만 해법 지지
누가 중재자 나설 것인지도 문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주요국들은 ‘두 국가 해법’을 전쟁이 끝난 후 시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를 위해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할 과제가 많아 현재로선 머나먼 꿈에 불과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두 국가 해법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 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통제권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에 이양하고 예루살렘은 공동으로 통제하는 방식이 추진됐다. 이후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 주둔병력과 정착촌을 철수했다. 그러나 양측의 평화 프로세스는 가자지구에서 교전이 일어났던 2014년 중단됐고 이후로 진지한 협상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 출처 이코노미스트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오슬로 협정이 체결됐던 당시와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진 점을 두 국가 해법 실현의 장애물로 지적했다. 우선 오슬로 협정이 체결됐던 당시 서안지구에 거주하던 이스라엘 정착민은 11만6300명이었지만, 2021년 말 기준 46만540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을 이스라엘 영토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다. 서안지구 영토 일부와 이스라엘 영토 일부를 교환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수많은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

더 큰 문제로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 이스라엘에선 극우 인사를 중심으로 전쟁 지속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평화협정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극우 성향의 아마차이 엘리야후 문화유산부 장관이 가자지구 핵 공격을 거론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중도파와 좌파 등 반네타냐후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좀 더 팔레스타인과 대화로 풀어나가길 희망한다. 그러나 정작 이들도 10년 넘도록 두 국가 해법을 공론화하는 것을 피해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일련의 상황에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양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점도 문제다. 초당파적 싱크탱크인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가 지난해 9월 시행한 설문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대인 32%만이 이 대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 47%에서 낮아진 수치다. 인구 5분의 1을 차지하는 이스라엘 내 아랍인 지지율 역시 같은 기간 87%에서 71%로 떨어졌다.

팔레스타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가 6월 설문한 결과 주민 28%만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다. 10년 전 과반을 차지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텔아비브/AP뉴시스
마지막으로는 누가 중재자로 나설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모두 중동 평화 구축에 있어 역할을 맡기를 희망하지만, 아직 중동에서 그 정도의 신뢰를 얻진 못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위기 등을 이유로 중동 상황에 진지하게 개입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은 대선 결과에 따라 이스라엘 전쟁에 개입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조만간 교체될 정권과 평화 협정에 착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해도 또 다른 패권 다툼으로 변질할 우려가 크다.

이 밖에도 두 국가 해법이 기존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보다 더 큰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 등이 장애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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