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위고비’ 인기에 유럽 시총 1위 등극하기도
화이자·암젠도 ‘체중 감량제 시장’ 정조준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일라이릴리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일라이릴리는 이 제품을 다이어트약으로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일라이릴리는 연내 ‘젭바운드’라는 이름으로 해당 제품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정가는 1개월 기준 1059.87달러(약 138만 원)로 책정했다. 이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가격보다 20%가량 더 저렴하다. 위고비 가격은 한 달 치 기준 1349달러다.
마운자로는 호르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새로운 유형의 비만치료제다. 지난해 미국에서 승인된 위고비와 비슷한 구조로 혈당을 낮추거나 식욕을 억제하도록 작용한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5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임상시험 결과 체중 감량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기를 끌었다. 비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평균 체중 105kg의 과체중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한 후기 임상시험 결과, 가장 많은 용량을 투여한 그룹에서 평균 21.8kg의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너드 글래스 일라이릴리 수석 부사장은 “비만은 과학적 증거가 많음에도 때때로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질병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없애고 관리 방법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최근 획기적인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라일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공급이 수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위고비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4%나 폭증했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도 FDA 승인을 받기 전임에도 3분기 14억 달러어치나 팔려나갔다. 특히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1위 시가총액 기업에 등극하기도 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의약품 분야에서 암 치료제와 함께 성장 분야로 꼽히고 있다. 비만 환자 수는 전 세계에서 7억50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 770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 암젠 등 다른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도 다이어트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경구형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