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내부에선 '근무태만' 심각
노조 국장 5년간 미출근하기도
명분 없는 파업, 조합원도 외면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사측의 인력감축안에 반대하며 경고파업을 한 데 이어 2차 파업도 예고했다. 그러나 노조 간부들의 근무 빼먹기 행태가 상상을 초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위 덮기용 파업'이라는 비난에 내부 조직조차 등을 돌리는 등 여론도 싸늘하다. 서울시는 명분 없는 파업에 타협은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12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교통공사 노조 간부들의 근무지 이탈 행위는 심각했다. 직급을 막론하고 무단 결근·퇴근·이탈은 예사였고, 취미활동을 간 경우도 있었다. 노조 지회장인 한 4급 간부는 주·야간 근무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당구를 치거나 라이브 카페에서 음주가무를 즐겼다. 최근 한 달간 이 같은 위반 행위 횟수만 8회에 달했다. 출근 기록은 1년 이상 없었다. 동료 직원은 인사발령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노조 국장인 또 다른 4급 간부는 상습적으로 무단 퇴근했을 뿐 아니라 현장 근무지에는 2018년 5월 이후 약 5년간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한 영업사업소의 6급 대리인 노조 지회장은 최근 한 달간 8차례 지각, 무단퇴근을 일삼았다. 정상 퇴근 시간보다 5시간이나 빨리 근무지를 떠나기도 했다.
노조활동 시간을 빌미로 서핑을 간 지회장도 있었다. 한 승무사업소에서 근무하는 7급 주임은 지난 9월 예정된 교통노조 대의원 대회에 참석할 것처럼 근태를 처리한 후 동료 직원들과 강원도 양양으로 서핑을 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위반사항을 지적하면서 고발 및 경고 조처를 내렸음에도, 고질적 비위 행태는 최근까지 여전했다. 감사위원회는 서울교통공사 등 23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6∼7월 조사를 벌여 34건 주의, 66건 통보 조처했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교섭, 사내 노동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감사 결과 교통공사는 2022년 기준 법령상 면제 한도 인원이 풀타임 16명, 파트타임 병행 때 32명인데, 실제로는 파트타임 311명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자신들은 근무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으면서 사측의 인력 감축에 따른 안전 우려를 이유로 파업에 나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위가 드러나 수세에 몰리자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에 나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명분을 상실한 파업에 MZ가 주축이 된 올바른 노조에 이어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도 불참을 선언했다.
‘아군’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홀로 남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속내도 복잡해 보인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미디어소통국장은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수능 이후 시기를 정해 2차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면서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화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노조의 경고파업 강행으로 실무 교섭과정에서 작성된 합의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계속된 경고에도 파업을 이어가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