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첫 성적표...원금보장형 강세 속 적립액 ‘은행’·수익률 ‘보험’이 앞섰다

입력 2023-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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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상품 선호 원금보장형 강세
은행에 4.4조 적립…86% 차지
금융투자 2189억, 보험 2004억
초저위험 보험 상품만 '수익권'
"향후 중·고위험도 수요 늘 것"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7월부터 본격 시행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 첫 성적표가 나왔다. 적립액이 5배 가까이 불어난 가운데 은행에 가장 많은 적립액이 몰렸다. 수익률은 보험업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 총 적립액은 5조1095억 원으로 직전분기 말(1조1019억 원) 대비 4.6배 늘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을 쌓아만 두고 운용하지 않는 가입자들이 많아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7월 12일부터 정식 도입됐다.

3분기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은행 상품에만 총액의 86.1%인 4조3998억 원이 몰렸다. 은행 외 업종별로는 기타 업종(근로복지공단)에 2905억 원, 금융투자 2189억 원, 보험업 상품에는 2004억 원이 적립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으로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몰린 데는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가입자 대부분이 원금 보장 상품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원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도 상품 적립금은 4조5640억 원으로 전체 89.32% 비중을 차지했다. 비보장형 상품에는 5456억 원이 모이는 데 그쳤다.

원금 비보장형 중에서도 저위험 상품에 가장 많은 2893억 원이 적립됐고, 중위험 1675억 원, 고위험 888억 원이 모여 안전 성향 투자 심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디폴트옵션 상품 위험도별 평균 수익률은 초저위험도가 0.66%로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고 △저위험도 -0.46% △중위험 -0.94% △고위험 -1.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 상위권 종목은 초저위험도 상품 중에서도 보험업계 상품이 차지했다. 상품별 3분기 수익률은 △동양생명디폴트옵션초저위험이율보증형(1.03%) △삼성생명디폴트옵션초저위험원리금보장상품(1.01%) △IBK연금보험디폴트옵션초저위험이율보증형(1%) △KB손해보험디폴트옵션초저위험이율보증형(0.99%) △한화생명디폴트옵션초저위험이율보증형(0.99%) 등의 순이었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데에는 3분기 증시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펀드 구성 비중이 높고, 예금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일례로 펀드 비중이 70%인 ‘한화투자증권디폴트옵션중위험BF1’은 3분기 수익률이 -6.33%로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증시가 상승세였던 2분기와 상반된다. 당시 △KB국민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5.83%) △한국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BF 1(5.46%) △유안타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2(5.28%) 등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초저위험 상품 중 특히 보험업계가 강점을 보인 것은 자사 원리금 상품을 편입할 수 있는 보험사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자사의 원리금 상품을 편입할 수 있지만, 은행과 증권 등 비보험업권은 자사의 상품을 편입할 수 없다”면서 “수수료 때문에 비보험업권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이율을 보험사만큼 높게 할 수 없다. 디폴트옵션 뿐 아니라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이율이 보험업계가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초저위험 상품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중·고위험 상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 시행 초기에는 초저위험 상품 수요가 높다”면서도 “제도가 안정화되면서 물가상승률 및 노후 대비자금 여력을 고려해 기존 안정성 추구 상품에서 적정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전환하려는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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