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엔화예금 1.2조 엔
보름새 1456억 엔↑ 역대 최대
“당분간 엔화약세 지속 전망”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전날 기준 1조1944억 엔으로 지난달 말(1조488억 엔)보다 1456억 엔 늘었다. 9월 말 대비 10월 한 달 동안 153억 엔 증가했던 예금에 보름 동안 9배 넘는 엔화가 몰린 것이다. 1월 말 7583억 엔 규모였던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3월 말 6224억 엔으로 감소한 뒤 9월 말(1조335억 엔) 올해 처음으로 1조 엔을 넘어섰다.
원·엔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시중 자금이 엔화예금으로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5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863.49원)에서 6.69원 내렸다. 원·엔 환율은 4월 100엔당 1001.61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으나 일본 정부가 대규모 금융완화를 이어가면서 2008년 1월 10일(854.3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로 국내 외국환은행의 엔화예금도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0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엔화예금은 2억3000만 달러 늘어난 86억100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엔화 예금은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가 8월에는 소폭 떨어졌지만, 9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예금의 경우 기업들은 해외 자회사 배당금 수령 등으로 소폭 늘었고, 개인의 경우 엔저 지속에 따른 투자 목적 수요가 일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엔화예금으로 단기간 고수익을 거두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정희 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까지 적정환율은 890∼930원, 상단은 970원으로 예상한다”면서 “엔화 반등 가능성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수익률을 높게 예측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보면 엔화가 다시 상승한다고는 보지만, 엔화 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언제 멈출지 불안정한 상태”라며 “지금이 저점이라고 생각하고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가 900원대로 다시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와 원화 가치 차별화 원인은 기본적으로 통화정책 차이지만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하면 원·엔 환율 860원대는 다소 과도하다”면서 “추가 하락보다 900원대로 재차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테크의 인기가 치솟자 시중은행들은 우대환율 등 다양한 혜택을 적용한 외화예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환테크 전용 통장인 ‘바로 보는 외화통장’의 가입 통화를 기존 달러화에서 엔화·유로화로 확대했다. Sh수협은행은 가입 시 지정한 목표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Sh똑똑 환테크 외화적립예금’을 내놨다. 내달 29일까지 목표환율에 도달해 예금 만기 이전에 자동 해지된 고객에게는 약정이율을 적용해 환차익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