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년 후반부터 RCS 글로벌 표준 지원을 추가하겠다”며 “SMS 또는 MMS와 비교할 때 더 나은 상호 소통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차세대 문자 표준 규격 RCS를 내놓자 삼성전자와 구글은 2019년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이를 적용했다. 하지만 애플은 RCS를 거부하고 자체 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만 운영했다. 강력한 보안과 함께 이용자 충성도까지 높여주는 아이메시지를 두고 굳이 RCS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RCS 도입에 반대 의견을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애플 이용자는 안드로이드 폰 이용자와 그룹채팅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하면 속도나 화질이 저하되는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애플이 내년부터 RCS를 도입함에 따라 아이폰 이용자는 안드로이드 폰 이용자들과 더 원활히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가령 애플 사용자는 앞으로 와이파이망을 통해서도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또 대용량 동영상 및 사진 파일을 원활히 전송하고, 그룹 채팅을 더 쉽게 이용하며, 메시지의 수신 및 읽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 현재 아이메시지에서 아이폰 사용자의 문자 메시지 텍스트 풍선은 파란색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폰 사용자의 텍스트 풍선은 녹색으로 표시되고 있는데, 애플이 RCS를 적용하더라도 이를 유지할지는 현재 불분명하다.
애플이 돌연 입장을 바꿔 RCS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사용자의 편의 차원이 아니라 유럽연합(EU)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애플의 이번 발표는 EU가 아이메시지를 디지털시장법(DMA)상 특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뤄졌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강력한 법안이다. EU 집행위원회는 9월 애플을 비롯해 알파벳, 아마존,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개 사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SNS 플랫폼과 앱스토어, 운영체제(OS) 등 총 22개 서비스가 규제 대상이다. 여기에는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만 서비스되는 메신저 앱인 아이메시지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