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주택 33% 베이비부머 소유
저금리 시기 재융자 통해 상환 부담↓
美 선벨트 이주 베이비부머 세대 증가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집값이 크게 오르며 신규 주택 구매자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대출 없이 집을 소유한 미국인 비율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당수는 금리가 낮은 시기 재융자를 받았던, 일찌감치 대출을 모두 갚았던 베이비부머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모기지론(mortgage loan) 없이 주택을 완전히 소유한 사람 비율이 39.29%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34.26%에서 10년 새 약 5%포인트(p) 오른 것이다. 미국 통계국 조사에서 모기지 없는 비대출 주택 수는 지난해 3330만 채에 달해 2012년보다 무려 790만 채나 증가했다.
대출 없이 주택을 소유한 미국인 대다수는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 세대다. 지난해 미국 소유주 실거주 주택 8460만 채의 약 33%는 65세 이상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4.6%p 증가한 수치다.
은퇴 연령대인 베이비부머는 금리가 낮아진 시기 재융자를 통해 대출 상환 부담을 낮춰 왔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1990년대 초 한 자릿수로 떨어진 뒤 2010년대 중반까지 계속 하락했다.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에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혜택을 본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수백만 명의 미국 주택 소유자가 여러 번 재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며 “월 상환 금액이 늘어나지 않아 많은 대출자가 빠른 속도로 대출금을 갚았다”고 설명했다.
대출 부담이 없는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선벨트(미국 남부 15개 주)로 이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선벨트는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미국 남부의 따뜻한 지역을 일컫는 말로, 생활환경이 쾌적해 집값이 다른 곳보다 비싼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신규 주택의 29%가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서 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웨스트버지니아는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주택 비중이 53%로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았다.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21~2022년 사이 약 73만 명이 플로리다주로 이주했다”며 “이는 한 세대에 걸친 가장 큰 이주의 일부”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자 미국 모기지 금리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미국 국책 담보대출 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형 모기지 금리는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인 7.44%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5% 아래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