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ㆍ플라스틱컵 사용이 다시 금지됐던 작년 4월 1일 이후 스타벅스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직원의 말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했는데,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잠시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다시 카페 일회용품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2021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ㆍ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을 제한해 왔다. 당시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해 1년 간 계도 기간을 뒀지만 이달 23일 만료 예정이었다.
모든 처음이 그렇듯 시작은 상당히 불편했다. 특히 환경부와 재활용 촉진 협약을 체결한 스타벅스가 다소 융통성 없는 정책을 펼쳐 소비자의 원성을 자주 샀다. 매장에서는 “5분만 앉았다 나갈 테니 그냥 일회용컵에 달라”는 손님과 “우선 다회용컵에 담고 나갈 때 바꿔주겠다”는 직원 간 팽팽한 실랑이도 흔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불가는 암묵적 합의로 정착했다. 일회용컵에 담아 매장에서 마시려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고객에게 끊임없이 안내하고 개인컵 사용을 장려하며 소소한 혜택(에코별 1개 증정)을 제공한 스타벅스 직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업계 1위 스타벅스가 일회용품 제한을 시작하자, 커피빈 등 다른 커피숍 브랜드도 매장 내 이용 고객에게 자연스레 다회용잔을 권했다. 종이컵 대신 머그잔ㆍ유리컵 사용에 소비자 불만도 적었다.
그런데 일회용품에 규제 메스를 대던 정부가 돌연 태도를 바꿨다. 24일부터 환경부는 카페 등 매장 내 종이컵, 플라스틱컵,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최대 3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를 예고했으나, 시행을 2주 앞두고 돌연 계획을 틀었다. 플라스틱컵은 계속 규제키로 했지만 종이컵은 슬그머니 빠졌다. 플라스틱 빨대 제한도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라 했지만, 규제에 맞춰 종이 빨대 생산 확대를 준비했던 또 다른 소상공인은 망연자실하게 됐다. 정말 소상공인을 위한 조치라면 매장 규모나 매출을 고려해 완화해야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제 다시 커피숍 테이블에 버젓이 올라온 종이컵들이 눈에 걸린다.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환경부의 야심차기만 했던 계획이 한심할 따름이다. 오락가락 정책으로 1년 간 잘 쌓아온 우리의 친환경 습관이 다시 흐지부지될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