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부담 확대·신뢰성 부족 등’ 지적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개편안 마련이 2년 연속 지연될 전망이다.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체계 안에서 부분적인 개선만으로는 구조적 문제와 국민 부담 확대 등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편안 제시는 이뤄지지 않고 개편 필요성만 거듭 언급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연구원)은 20일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구원은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내년도 공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는 2020년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통해 설정된 공시가격의 목표 현실화율 수준과 연도별 제고 폭이 과도해 의도찮게 보유세 부담을 많이 증가시켜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 역시 “기존 현실화 계획을 수정하는 방법에 관해서 그동안 연구를 진행했고, 대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기존 현실화 계획을 부분 수정하는 것으로는 그동안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구원은 공시가 현실화 계획 추진으로 국민 세 부담이 늘고, 부동산 유형과 가격대별로 다른 시세반영률(현실화율) 인상 속도에 따른 불공정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올해 공시가격에 적용된 시세반영률은 2020년 수준으로 하향하기로 한 바 있다. 국민 부동산 보유 부담 완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공시가와 실거래가격 역전 현상 확산 방지 등을 고려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2021년부터 매년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했다. 최종 현실화율은 시세의 ‘90%’ 수준이다.
연구원은 “기존 현실화 계획을 따르면 주택분 재산세 부담이 약 34%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부동산 유형별 현실화율 제고 속도를 다르게 설정한 결과, 유형 간 불균형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은 최대 15년, 표준지는 8년으로 설정돼 현실화 속도에 따른 차이가 발생해 토지와 주택 간 가격역전현상도 심화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현실화 계획으로 현실화율이 증가해 집값이 하락해도 공시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공시 방향에 대해선 “대내외 경제 여건과 국민부담 완화 등을 고려한 조치가 별도로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부 현실화율 제안 발표는 없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선안 방향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감정평가업계와 법조계는 공시가격 산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에 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미숙 연합뉴스 부장은 “현실화율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만약, 시세 100%까지 올리면 국민 세 부담은 급격히 는다. 또 시세 역전 현상에도 노출돼 정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현실화율을 얼마로 올리는 것 보다, 적정한 현실화율을 만들고 균형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세 부담은 세율로 정하는 것이지 부동산 공시가격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시가격 결정을 조세 부담을 높이고 낮추는 문제로 인지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됐다. 공시가격은 시세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말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편,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시가 현실화 계획 재검토를 공약하고 당선된 뒤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