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와 노량진, 경기도 과천 등 알짜부지에서도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수주전이 사라졌다. 주택경기의 침체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공사비 상승으로 선별수주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노량진 1구역은 13만2187㎡ 부지에 최고 33층, 28개 동 2992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노량진 뉴타운 최대 규모 사업장으로 복수의 건설사가 참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노량진 1구역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GS건설과 8월 서울 정비사업 적극 참여 의지를 밝혔던 삼성물산이 후보로 거론됐고 최근 들어 포스코이앤씨의 입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GS건설은 조합으로부터 시공사 선정 홍보규정 위반 경고를 두 차례 받아 불리한 상황에서 500억 원의 입찰보증금을 내는 데 부담을 느껴 입찰하지 않았다.
GS건설 관계자는 "해명 기회도 없이 두 번의 경고를 받은 상태라 입찰에 참여했다가 자칫하면 보증금만 까먹는 일이 생길 수 있어 도전하지 않았다"며 "경고 취소 등을 통해 공정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입찰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떨어져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량진 1구역 재개발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730만 원으로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을 고려할 때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날 있었던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2차 입찰에는 대우건설만 의향서를 제출했다. 9월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도 대우건설만 참여했다. 2차 입찰을 앞두고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참여해 경쟁입찰 가능성이 나왔지만, 동부건설이 발을 빼면서 다시 유찰됐다.
이에 따라 공작아파트 재건축은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공작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373가구를 최고 39층, 3개 동 570가구 규모의 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도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낼 전망이다. 과천주공10단지는 DL이앤씨와 롯데건설 등도 수주의사를 보였지만,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삼성물산 건설부문만 두 차례 응찰했다. 공작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두 번 유찰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과천주공10단지는 지하철 4호선 초역세권 있으며 632가구에서 1339가구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부담이 커졌고 자금조달 환경, 주택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사업경기 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8.9p 하락한 68.8로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60대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서울(115→86.3)의 낙폭이 가장 컸다. 주요 건설사의 원가율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90%를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