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예산소위선 청년패스 2900억 증액
포퓰리즘 기반 우려엔 "재정 확대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주요 정책 어젠다로 횡재세·주 4.5일제·청년 3만원 교통패스(청년패스) 등을 내놓았다. 민생 위기 극복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이나, 당장 표가 되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에 주력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금융권의 초과이익을 거둬가는 횡재세법(금융소비자보호법·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횡재세법은 금융회사의 직전 5년 대비 순이자수익이 120%를 초과하면 '상생금융기여금' 명목으로 최대 40%를 징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 정책위의장인 김성주 의원이 14일 대표 발의했고,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의원 55명이 법안에 서명했다.
민주당은 금융권이 고금리로 축적한 이익을 취약계층의 금융부담 완화·금융소비자 보호 비용으로 써 전 국민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금융권 등은 이중과세 논란, 시장경제 원리 훼손, 해외투자자 자금 이탈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인 주 4.5일제도 다시 꺼냈다. 이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나라는 주 4일제를 향해 가는데 노동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국가정책적으로나 경제전략상 옳은 일인가"라며 "주 4.5일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국민 삶 수준을 높이고, 양이 아니라 질로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행 주 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일부 완화 기류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당내에서는 주 법정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4시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사업주에 비용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과로사 예방·근로시간 단축 지원법'(과로사예방법) 등이 발의돼 있다.
다만 주 4.5일제에 따른 노동자 소득 감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제고를 보장하지 않는 만큼 여당에서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4.5일에 동일 급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삶의 질 향상은커녕 강제 근로시간 단축을 당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달콤한 측면만 부각하는 건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2일 발표한 청년패스는 청년의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해 월 3만원을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시 민주당은 "(청년패스는) 현재도 조 단위의 대중교통 손실보조금 등이 지출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예산 투입 없이 도입이 가능한 제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에서 청년패스 등 예산으로 약 2900억원을 증액했다.
민주당은 청년패스가 정착되면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전망이다. 정의당은 4월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를 발표하면서 소요 예산으로 약 4조원을 추산했다.
정부는 방만·중복 지출을 우려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청년패스에 대해 "일정 금액으로 하는 것은 미달 때 손실이 날 수 있고, 무분별하고 방만하게 운영해 지출 효율화에 좋지 않을 수 있다"며 대중교통 이용 횟수에 비례해 요금을 환급해주는 정부 사업인 'K-패스'가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극한 경제난 속 민생고가 정점을 찍은 만큼 침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재정 확대에 기반한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국민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라'는 말만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민생, 경제 회복에 필요한 정책들을 선심성이라고 매도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공매도 금지나 김포시를 서울에 넣겠다는 국민의힘이 포퓰리즘을 말하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정책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당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의 정체성은 복지, 노동, 재정 지원 등인데, 이런 정체성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단기적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멀리 보면 당의 확장성을 제한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