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NSC에서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로 남북 당국 간 합의한 약속을 위반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북한은 21일(한국 시각) 오후 10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국빈방문 중, 우리 군의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포착 이후 화상으로 긴급 NSC 상임위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으며,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NSC 상임위에서 논의한 대로 적법 절차에 따른 대응 조치 추진을 지시한 뒤 "해당 조치는 국민의 생명은 물론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는 점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설명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고, 긴밀한 한미일 공조,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라"는 지시도 했다.
NSC 상임위는 별도 입장문에서 "정부는 '9·19 군사합의' 제1조 제3항에 대한 효력 정지를 추진하고,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 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치에 대해 NSC 상임위 측은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북한의 지속적인 9·19 군사합의 위반과 핵·미사일 위협, 각종 도발에 대해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치로) 우리 군의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과 대응태세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며 "연평도·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의 안전, 5000만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이 밖에 NSC 상임위는 북한에 대해 "남북 당국 간에 합의하고 체결한 약속들을 일방적으로 위반해 왔다"며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부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선언, 2018년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자는 조치에 대해 어긴 점도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작년과 올해에 약 100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수천회에 걸친 해안포문 개방, 빈번한 해안포 사격훈련, 중부전선 총격 도발, 무인기의 수도권 침투 등을 통해 9·19 군사합의를 상시적으로 위반해 왔다"고 비판했다.
다만 NSC 상임위 측은 "아직 유효한 '9·19 군사합의' 여타 조항에 대한 추가 조치는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언제나 열려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윤석열 정부는 강력한 안보태세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한편 이날 긴급 NSC 상임위에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김태효 NSC 사무처장이 영국 순방지에서 화상으로 참석했다. 김영호 통일부·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인성환 안보실 2차장, 장호진 외교부 1차관 등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