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준은 기술력·상업성…IPO가 최종 목표되지 않아야
고물가, 고금리, 경기침체 등 세계 경제 불황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영향으로 바이오 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상업성이 중요하단 의견이 제시됐다.
이런 가운데 24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K-바이오 투자 컨퍼런스’가 열렸다.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가 위축된 제약바이오 투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코로나19 호황을 누렸던 바이오 투자 시장은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투자 금액이 줄어들고, 기업공개(IPO) 규모도 감소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 투자 금액은 5961억 원이다. 2021년 상반기 1조8101억 원, 2022년 상반기 1조3159억 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IPO도 마찬가지다. 상장에 도전했던 기업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부진하며 공모를 미루거나, 공모가를 당초 희망가보다 낮춰 상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기술의 독창성과 상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아이큐비아 상무는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기술적 불확실성과 규제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전문성 기반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라며 “기술의 독창성, 유효한 임상 지표, 높은 시장성, 리스크 해소와 국가별 상업화 전략 등이 투자의 판단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원국 한국거래소 부서장 역시 “투자의 기준은 원천기술,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연구개발 역량, 경쟁사와 분쟁 가능성, 향후 수익 창출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 지원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좋은 기술이 있으면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지만, 개발과정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최근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했다.
복지부는 K-바이오·백신 펀드 1호와 2호를 통해 4년간 바이오헬스에 25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총 2616억3000만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1호와 2호 펀드는 내년 초 본격적인 투자를 개시한다. 이 펀드 외에도 민간 펀드 운용사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프리미어 파트너스가 1500억 원 이상을 바이오헬스에 투자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2024년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파마의 협력을 중점으로 벤처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순남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은 “신규 타깃과 모달리티 과제 중심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제약사의 공동임상 개발 과제를 육성하고 지원하겠다”라면서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해외 파트너 공동개발, 해외 벤처캐피털(VC)의 국내 벤처기업 투자 유도를 위한 쇼케이스 개최 등의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오 기업 자금 조달을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되는 IPO에 대해선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원국 부서장은 “IPO를 잘 활용하는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라면서 "주주나 잠재적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길 바란다. 오직 상장이 목표가 아니라 상장이란 수단을 통해 성장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