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가업승계 관련 세법 개정안 의결...중소기업계 "아쉽지만 제도적 틀은 마련"
중소기업계가 가업승계 제도 개선 방안이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기존 가업승계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웠던 만큼 제도적인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는 제도 개선 이후 현장 적용을 지켜본 뒤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업승계 증여세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주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적용하는 증여세 과세 구간 중 최저세율(10%)을 현행 60억 원 이하에서 120억 원 이하로 확대했다. 가업승계 증여세를 일정 기간 분납할 수 있는 연부연납 제도는 현행 5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이는 당초 정부안과 그간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와는 차이가 크다. 애초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율과세 구간을 300억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의 절반도 안되는 범위로 조정된 것이다. 연부연납 역시 20년으로 제안했지만 15년으로 합의해 통과됐다.
정부는 통상 기업들이 주식 등으로 증여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연부연납 기간을 늘려야 제도의 실효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2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현행 5년에서 20년으로 4배를 연장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저율과세 구간을 30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확대했는데 이를 다시 300억 원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다만 우리나라 중소기업 성장과 지속성, 연부연납 기간을 늘리는 것이 이자까지 납부하는 점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했다.
업계는 이번 개선안의 국회 통과가 현장의 요구안에 못 미친 데 대해 "아쉽다"면서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연간 가업상속공제 제도 신청이 약 100건, 사전증여가 약 200건으로 총 300건 수준에 불과했다"며 "연부연납 현행 5년은 현실적으로 너무 짧았는데 15년으로 3배 이상 길어졌다. 증여세 과세 최저세율 구간도 6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2배 늘어난 만큼 기업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8일 열린 '2023년 정부 세법개정안의 원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치영 중기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위원장은 "중소기업 52.6%가 기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폐업이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며 "폐업으로 이어지면 약 57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손실 매출액이 1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래와 성장성을 고민하는 것이 아닌 상속세나 증여세 등 승계를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기대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과거 대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데에 의미를 둬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는 개선안의 현장 활용을 지켜본 뒤 미흡한 지점이 발견될 경우 추가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추 본부장은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진 만큼 시행 이후 활용도를 봐야할 것"이라면서 "다만 부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이 여전한데, 이런 제도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국민적인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