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오 기업공개(IPO)는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상장 시도가 이어졌다. 일러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옥석가리기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상장 기업들의 면모는 다양해졌다. 바이오기업이라면 흔히 떠올리는 신약 개발 분야 외에도,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의약품 품질관리, 스마트 헬스케어 등 산업의 고도화에 발맞춰 여러 분야의 기업이 증시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인프라는 국내 CRO 가운데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CRO는 신약 개발을 위해 제약·바이오기업의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설계, 컨설팅, 데이터관리, 허가대행 등을 해주는 곳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의약품 생산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기준 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 의약품, 의약외품, 동물의약품을 포괄하는 종합 품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투바이오는 바이오 기술(biotechnology, BT)과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을 융합한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이다. 진단검사와 의료 IT를 통합·연계한 ‘랩투진(Lab2gene)’, 건강검진 소프트웨어 ‘유투체크(U2Check)’, 개인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유투모바일(U2Mobil) 등을 제공하고 있다.
13일 상장한 블루엠텍은 전문의약품 의약품 이커머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의약품유통플랫폼 블루팜코리아를 기반으로 이커머스부터 물류, IT까지 커버하는 병·의원 토탈케어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늘어난 다양성이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기업 12곳 가운데 5곳이 희망 공모가 범위(공모가 밴드)에 들지 못했다. 공모가 밴드를 충족한 기업도 3곳은 하단에 턱걸이했다. 공모가 밴드 상단보다 높은 공모가를 받은 곳은 유투바이오 한 곳뿐이다.
상장 후에도 시름은 깊어진다. 공모가 밴드 충족에 실패한 기업 중 큐라티스와 프로티아(구 프로테옴텍), 에스엘에스바이오는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모가 4000원이던 큐라티스는 15일 종가 기준 43.7%, 4500원이던 프로테옴텍은 36.3%, 7000원이던 에스엘에스바이오는 22.1% 떨어졌다.
주가가 공모가를 뛰어넘은 기업은 지아이이노베이션,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유투바이오, 큐로셀과 이달 상장한 와이바이오로직스, 블루엠텍이다. 이 가운데 지아이이노베이션과 큐로셀은 공모가 밴드를 충족하지 못했던 회사다.
올해 IPO에 나선 기업 중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8월 상장한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다. 공모가(1만3000원)의 3배 가까이 올랐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비원심분리 기반 세포분석공정의 자동화와 상용화에 성공했다.
찬바람 속에 IPO는 계속된다. 바이오 투자가 보다 성숙하려면 IPO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전락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는 꾸준하지만, 대다수 바이오벤처의 지향점은 상장이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는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의 가장 중요한 계기가 기술평가트랙을 통한 상장제도의 정립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바이오기업은 기술상장 IPO를 통해 성장해왔다”라면서 “앞으로도 IPO는 가장 중요한 자금 조달 창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피부 관련 레이저 기기를 만드는 레이저옵텍과 체외진단기업 오상헬스케어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레이저옵텍은 내년 2월 1일 상장 예정이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디앤디파마텍, 피노바이오, 티디에스팜, 엔지노믹스, 지피씨알 등 11곳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이 늘어나면서 생존전략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창업한 회사가 투자를 받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라면서 “지금처럼 옥석을 가리는 시기에는 옥에 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