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일각 "2008년 자유선진당, 이번엔 與 가나" 혹평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창당 여지' 이낙연 행보 변수
비명(비이재명)계 5선 중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탈당을 전격 선언하면서,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비명계 의원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은 이 의원이 탈당을 예고해온 데다 총선 직전 당적을 수시로 바꾼 전력 등을 고려할 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우세한 분위기지만, 결국 비명계 첫 탈당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술렁이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의원은 3일 탈당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자로 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며 "이재명 사당, 개딸(강성 지지층) 당으로 전락한 지금의 민주당에 대한 희망과 꿈을 접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으로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다"며 "내로남불과 위선적, 후안무치, 약속 뒤집기, 방패 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 배제,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이고 쌓여 도저히 고쳐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저의 정치적 꿈과 비전을 펼치기 위해, 그리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기에 그 터전이 될 수 없는 지금의 민주당과 유쾌하게 결별하고 삽상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더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며 숙고한 후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이 의원은 각종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이 대표 체제와 '개딸' 기반의 팬덤정치 등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연말 탈당'을 사실상 공식화한 채 국민의힘 혁신위 대상 강연·제3지대 신당 그룹 행사 참석 등 거취와 맞물린 대외 활동을 스스럼없이 해왔다는 점에서 탈당을 '예견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표적 비명계인 만큼 공천 배제(컷오프)를 염두에 둔 탈당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이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민주당(옛 민주당)에서 컷오프되자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선됐고, 2012년 19대 총선을 1년 앞두고 복당해 또 당선된 바 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08년 자유선진당, 이번에는 국민의힘으로 가는 것인가"라며 "5선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한 번 더하고 싶나. 먹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말라"고 비판했다. 친명 성향의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의) 행적을 보면 전혀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라며 "오직 공천을 위한 여정에 무운을 빈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한 관계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 중진이 대놓고 나간다고 하는데 설득 못 하는,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실제 이 의원은 이원욱·김종민·윤영찬·조응천 의원 주축의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에 합류하지 않은 채 단독 행보를 해왔다. '원칙과상식'도 이재명 체제 반대 지점에 있는 것은 이 의원과 같지만, 우선 탈당에 거리를 두고 당 도덕성·민주주의 회복, 선거제 개혁 등 내부 투쟁에 집중하며 원심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하지만 친명 지도부 내 변화 기류가 없거나 비명계 '공천 학살'이 현실화할 경우 집단 탈당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지도부가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의 반영비율을 현행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변경하고, 총선에서 선출직공직자 하위평가 10%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이는 룰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상대적으로 강성 권리당원 지지세가 높은 이 대표 연임과 친명계에 공천 이점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는 모습이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총선에서 지거나 하면 '앞으로 사법 재판 리스크가 있으니 이번에는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럴 때도 당원들이 '이 대표로 또 가자'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명계 내 추가 탈당이 이뤄질 경우 시점은 본격적인 공천 심사에 들어가기 전이 될 전망이다. 자칫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할 경우 동일 지역구 출마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천 심사에 들어간 뒤 탈당하면 '이삭줍기'(낙천자에 대한 타 당의 영입) 식으로 돼서 힘들어진다"며 "나가려면 그 전에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공개 석상에서 신당 창당 여지를 남긴 이낙연 전 대표의 비명계 탈당파 구심점 부상 여부도 변수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 포럼에서 창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 그 모색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같은 달 30일 SBS라디오에서는 "(이 대표가)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며 이 대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