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 3분기 비만치료제 누적매출, 노보노 5조·릴리 3조원
글로벌 제약기업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등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계열 약물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로슈가 후발 주자로 가세했다. GLP-1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하면서 혈중 포도당을 조절하는 성분이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로슈는 비상장사인 미국의 카모트 테라퓨틱스를 27억 달러(약 3조54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지난 4일(현지시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로슈는 공식 자료를 통해 카모트 테라퓨틱스는 식사 후 인슐린 분비에 관련된 인크레틴 호르몬에 작용하는 GLP-1 수용체 작용 약물 후보물질을 개발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인수로 로슈는 개발 단계에 따라 최대 4억 달러(약 5258억 원)를 마일스톤으로 카모트 테라퓨틱스에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이미 ‘삭센다’와 ‘위고비’, ‘마운자로’를 각각 출시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를 높이고 있다.
삭센다와 위고비의 지난 3분기까지 글로벌 매출은 각각 86억7400만 덴마크크로네(약 1조6462억 원), 217억2900만 덴마크크로네(약 4조1248억 원)로 추산된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출시된 마운자로는 같은 기간 29억5750만 달러(약 3조88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로슈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려면, 선두주자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 특장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출시된 제품은 모두 고가의 피하주사제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약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이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이미 선두 기업들은 복약 편의성을 손에 넣기 직전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피하주사제형보다 투약이 용이한 알약 제형의 경구용 GLP-1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는 임상 3상을 마치고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일라이릴리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가격 경쟁력은 노보노디스크가 앞선다. 글로벌 제품 중 유일하게 국내 출시된 삭센다는 1회에 7만~13만 원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미국 내 가격은 1개월 치 기준 각각 1350달러(178만 원), 1023달러(135만 원)다. 월 4회 투약을 기준으로 하면 1회당 가격은 약 330달러(40만 원) 내외다.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향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조9195억 원을 기록했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8조1120억 원으로 108% 확대될 전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장은 “로슈가 인수한 카모트는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 중심의 바이오텍으로, 현재 비만치료 주사제와 경구용을 동시에 연구 중이다”라며 “경구용 개발에 성공한다면, 운송비와 자재비를 대폭 절감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