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기고 볶는 ‘로봇 요리사’…안전ㆍ편의 갖춘 협동로봇이 뜬다 [르포]

입력 2023-12-07 14:19수정 2023-12-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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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ㆍ품질 안정 ‘두 마리 토끼’
고객 수요에 맞춘 다양한 라인업
선순환적 협동로봇 생태계 조성

▲협동로봇 레이저용접 솔루션 모습.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노동력 부족은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느냐에 대해 단순히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협동로봇을 통해 이를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려 한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산업계 전반에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인력난 해소, 품질 안정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협동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분리된 공간에서 운영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로봇이다.

5일 방문한 두산로보틱스의 경기 수원시 생산공장으로 들어서자 15명 남짓한 근로자들이 제전복과 안전모를 갖춘 채 분주하게 협동로봇 팔을 조립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생산공장보다 규모가 작지만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적용해 연간 2200대 규모의 협동로봇을 생산할 수 있다.

김대근 오퍼레이션 팀장은 “제품을 출하하기까지 총 13시간, 17번에 걸친 테스트를 진행하며 향후 연간 생산 능력을 4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품목 기준 90% 정도 국산화율을 달성했고 앞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과 국산화 부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는 첫 모델인 M시리즈를 개발한 이후 생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둔 가장 빠른 라인업인 A시리즈, 최대 25㎏로 당시 가장 무거운 가반하중을 지닌 H시리즈, F&B에 특화된 E시리즈 등 13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는 생산 효율성과 규모 확대를 위해 수원공장 2층에 자동화셀 설비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재 협동로봇 모듈 1개당 제작 시간은 60분이지만 자동화셀이 도입되면 37분으로 줄어 생산 효율성이 38% 증가한다.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총 9개의 자동화셀 설비를 구축해 수원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2200대에서 2배 증가한 4000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자동화셀에 자율이동로봇(AMR)을 접목해 물류 자동화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자재창고에서 부품을 전달하거나 모듈 조립 후 창고로 이송ㆍ적재, 모듈 결합 공정으로의 이동 등도 자동화해 효율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두산로보틱스는 커피, 튀김(치킨), 팔레타이징(Palletizing), 교육용 키트 등 다양한 협동로봇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A시리즈로 만든 치킨을 시식해보는 등 이색 경험을 체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동로봇이 만든 음식의 맛과 위생일 것이다. 사람이 조리한 음식과 맛과 비교해보기 위한 것으로 시식자들 사이에서 ‘맛있다’는 평이 쏟아졌다.

류 대표는 “조리흄(기름으로 고온에서 볶거나 튀길 때 발생하는 유해 물질) 노출, 근골격계 질환 등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는데 우선으로 했다”며 “협동로봇은 사람이 하기 힘든 노동을 돕는 개념이지 일자리를 빼앗거나 하지 않는다. 고용 인력을 늘리고 협동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프트웨어 혁신도 속도를 낸다. 두산로보틱스는 10월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 환경을 제공해 개발자, 사용자 모두가 협동로봇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 ‘다트 스위트(Dart Suite)’를 출시했다.

다트 스위트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사용자 편의를 제고한다. AI를 접목할 경우 사용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협동로봇 기능을 더욱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차세대 솔루션도 개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를 적용한 재활용품 분류 솔루션 ‘오스카 더 소터(Oscar the Sorter)’로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협동로봇 F&B 솔루션 모습. (이동욱 기자 toto@)

해외 영업ㆍ마케팅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주 플라노 지역에 북미법인을 설립했으며, 2024년에는 독일에 유럽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지역 진출을 검토하고, 현재 100여 개인 해외 판매 채널을 2026년까지 219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협동로봇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 간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21년 1조6000억 원대였지만 매년 40% 이상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 2조3000억 원대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6조8000억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의 지향점은 인간과 로봇이 같은 장소에서 안전하게 함께 일하면서 기존 대비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라며 “협동로봇 솔루션의 다양화와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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