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기초자산 ELS 판매잔액 20조 원 넘어
"이번 조치 증시에 단기적 악영향 끼칠 것"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홍콩과 마카오, 중국 국영기업 및 국영은행들에 대해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락 조치가 증시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5일(현지시간)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중국 26개 지방정부 금융기관과 4개 국영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이들 30개 기관 모두를 '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올렸다. 등급 하향 조정 여부는 3개월 이내에 결정된다.
또 중국의 중국농업개발은행, 중국개발은행 등을 포함한 은행 8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홍콩 H지수는 중국 본토 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거래소에 상장해 거래되고 있는 주식(H-Shares) 중 시가총액, 거래량 등 기준에 의해 분류한 지수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4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21년 초엔 1만2000선에서 거래됐던 지수가 현재는 5500~56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H지수가 1만선을 웃돌던 2021년 상반기 발행한 ELS가 현재 무더기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이들 상품이 현재 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것이다. 윤한홍(국민의힘·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잔액은 20조5000억 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이번 중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이 H지수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본토)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단기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기가 느리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고, 무디스가 지적한 문제는 이미 금융시장에서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외자금 비중이 높은 홍콩 증시 충격은 본토보다 클 수 있다”면서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 이어 최근 미국 하원에서 홍콩사무소 폐쇄법 통과와 대만 선거 불확실성 확대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부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소비가 회복되는 동안 인프라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률을 지탱하는 흐름이 내년 상반기에 나타날 텐데 이는 재정적자를 늘려야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정부 부채 확대를 우려해 내린 무디스의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