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서보민 판사)는 젤리피쉬가 강 씨를 상대로 ‘전속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 씨의 ‘스태프 성폭행’ 사건이 2019년 7월 발생했고 당시는 젤리피쉬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된 이후라 전속계약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다만 젤리피쉬가 강 씨와 함께 드라마 파행에 대한 공동 채무를 져야 하는 ‘연대보증약정’의 관계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2019년 당시 20부작 드라마 '조선생존기'를 촬영 중이던 강 씨는 해당 드라마 외주 스태프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강 씨가 드라마를 12부까지만 촬영한 채 중도 하차하자 제작사 산타클로스 스튜디오는 강 씨와 젤리피쉬를 상대로 63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다.
1심 재판부는 강 씨가 47억 원을, 젤리피쉬가 강 씨와 공동으로 6억 원을 부담해 총 53억 원을 물어주라고 결정했다.
강 씨 출연료 15억 원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 해외판권료 반환금, 대체 출연자 지급 비용 등은 모두 강 씨가 부담하되, 미촬영분 출연료에 해당하는 6억 원만 젤리피쉬가 함께 부담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출연료에는 배우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사의 업무에 대한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젤리피쉬의 책임을 1심 재판부보다 무겁게 봤고, 53억 원 전체에 대한 채무를 젤리피쉬가 강 씨와 공동으로 지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가 주요 근거로 든 건 드라마 ‘조선생존기’ 출연계약서 내용이다.
판결문에 첨부된 당시 출연계약서에 따르면 “배우 및 매니지먼트사는 본 계약서에 규정된 의무 등 제반 사항을 상호 연대하여 준수하기로 약정한다”는 ‘연대보증약정’ 대목이 명시돼 있다.
2022년 9월 대법원이 이 같은 내용의 2심 판결을 확정하자 젤리피쉬가 곧장 강 씨를 상대로 42억 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민사 재판부 역시 젤리피쉬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사 재판부는 젤리피쉬와 강 씨의 전속계약이 2019년 5월 이미 종료된 만큼, 두 달 뒤인 7월 중 벌어진 ‘스태프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전속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봤다.
다만 드라마 ‘조선생존기’ 출연계약서에 ‘연대약정의무’가 명시된 만큼 젤리피쉬의 공동배상 의무는 여전하고, 이에 따라 젤리피쉬가 배상금액을 먼저 지불한다면 ‘공동면책’에 해당해 강 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