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방지, 건설사 희생 강요만으론 한계"…현실반영한 보완 필요

입력 2023-12-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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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관계자들이 층간소음 실험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현대건설)

정부의 층간소음 기준 강화에 대해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늘어날 공사비를 상쇄할 수 있는 후속대책이 있어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 등 시행자나 시공사가 증가한 비용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면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분양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층간소음을 해소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층간 소음 기준 강화로 인한 공사비 증가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바닥 슬래브를 두껍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완충재 추가, 고성능 완충재 사용, 새로운 기술 적용 등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꺼워진 바닥으로 1~2개 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수익성 악화 우려를 키운다. 현재 기준으로 30층 높이까지 지을 수 있는 아파트의 바닥 두께를 210mm에서 250mm로 상향하면 활용할 수 있는 높이가 1m 20cm 사라져 최소한 1개 층은 빼야 한다.

줄어드는 층수만큼 공급할 수 있는 가구 수와 수익은 감소하게 된다.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으로 계산하면 4가구가 들어설 1개 층 당 약 20억 원이다. 만약 10개 동을 짓는다면 200억 원, 20개 동이면 400억 원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천장이 4cm 낮아지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한두 개 층을 빼고 지어야 하는 상황이고 추가 자재비, 인건비를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사업성 훼손을 충분히 상쇄할 수준의 높이 기준 완화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시공사가 감당해야 하고 집을 많이 지을수록 부담이 가중하는 구조에서는 층간소음 해소 노력에 적극적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을 줄이려는 고민은 오래전부터 해왔고 방법도 있지만 결국 돈이 발목을 잡아 실행이 어려운 것"이라며 "현재 대부분 아파트가 최소한의 기준만 만족하는 수준으로 지어지는 이유도 발주처와 시공사 모두 비용 증가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층간소음 방지 설계를 모두 반영한 높은 공사비를 감당하려면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지만, 너무 높은 가격은 시장에서 안 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공사들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건설사의 사업성 훼손을 방어할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자는 건축물 성능향상에 소요되는 비용이 분양가에 적절하게 반영된다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이번 발표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며 "사업자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현실적인 손실 축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강화에 따른 분양가 상승에 관해서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건축가도 "소음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 보완조치 의무화 등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전적으로 사업자가 책임지도록 하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택지공급가격을 낮추거나 층간소음 방지에 적극적인 곳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이 이어져야 이번 방안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준공 승인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성능 시험 기준과 미달 시 대책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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