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족 늘어 외식 주류 시장 난감
각사 MZ 중심 각종 외부 행사 마련
국내 주류업계가 연말 대목 수요 공략에 나선다. 엔데믹에도 올 상반기 좀처럼 외식 등 주류 수요가 늘지 않자, 연말 회식과 송년회가 많은 4분기에는 실적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고물가로 인해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고 있어, 업계의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해 1~3분기 누계 매출은 1조89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940억 원으로 47% 급감했다. 오비맥주도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esat : 한국·일본·뉴질랜드)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은 5억9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이스트부문에서 오비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5%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70억 원으로 5.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39억 원으로 10.6% 감소했다.
국내 주류 3사의 올해 실적이 이처럼 신통치 않자, 각사는 연말 모임 수요를 공략해 4분기 실적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은 추운 날씨로 통상 주류 소비가 줄어들지만 12월만큼은 송년회 등 연말 회식 모임이 늘어나 외식 주류 성수기로 통한다. 12월 대목에 사실상 연간 실적 성패가 달린 셈이다.
하지만 변수는 고물가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연말 모임을 가정 내에서 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밤늦게까지 여는 주점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다, 한병에 2500원 내외인 맥주나 소주를 사서 외식보다 홈술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12월 들어 새로운 팝업 매장을 열거나 한정판 출시 등 적극적 마케팅으로 연말 주류 수요를 유인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3일부터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주점 배터리88에서 맥주 ‘크러시’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젊은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가 시장 점유율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지난달 출시한 크러시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연 1000억 원 매출의 메가브랜드 진입을 앞둔 소주 새로와 신제품 맥주 크러시를 앞세워 4분기 실적 개선에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14일부터 성수동에서 빵빵이 캐릭터와 자사 캐릭터 진로 두꺼비가 협업한 팝업 매장을 선보인다. 앞서 지난달에는 연말 분위기를 담은 맥주 켈리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 에디션’도 한정 출시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카스’를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한맥’ 알리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달 말까지 서울 강남역,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카스 친구 소환소’ 미니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달부터는 ‘한맥 거품도원’ 팝업을 마련해 생맥주 체험존 등 체험형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 12월 연말 수요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4분기 매출도 직결된다”면서 “하지만 불경기와 고물가 상황에 연말 모임이 줄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가 늘고 있어, 당분간 외식 주류 시장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