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현재의 공정거래법제의 사전적·획일적 경제력집중 규제를 경제력남용 방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13일 ‘경제력집중의 환상과 오해’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시장집중(특정 산업에서의 상위 기업 점유율 정도)에 주목하여 유효경쟁을 보호하고 촉진할 목적으로 경쟁법을 운용하고 있으며, 일반집중(전체 경제에서 상위 기업의 비중)에 대해서는 독과점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한 경쟁당국이 개입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시장집중과 일반집중을 모두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집중도를 낮추면서 경쟁을 촉진시키면서도 일반경제력 집중도 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같은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외국의 경쟁기업엔 적용되지 않는 경제력집중 규제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선진국 경쟁법제에서 일반집중에 정책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일반집중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해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하나 더 생길 경우, 해당 산업의 시장집중도는 떨어지고 경쟁은 촉진되는 한편, 소비자의 편익은 증가할 것이라 평가했다. 동시에 상위 기업의 일반집중도는 높아지게 된다.
보고서는 지금의 국내외 경쟁 환경은 1981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와는 매우 다른 상황임을 강조하며 현 공정거래법의 사전적이고 획일적인 경제력 집중 규제를 경제력 남용 방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용 방지 규제는 기업의 특정 행위를 사후적으로 평가하지만, 집중 방지의 경우 법률이 정한 기준을 넘으면 이를 미리 위법으로 보는 규제다. 집중을 방지하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황인학 박사는 “경제력집중 규제는 주요 선진국 경쟁법 제도에서는 보기 어려운 규제, 즉 한국형 갈라파고스 규제이자 한국적 예외주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