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 앞둔 공동체 CEO 교체 여부 촉각…146개 계열사 정리도
사법리스크와 경영진 내부 비위 논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카카오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카카오가 직면한 문제가 '김범수 사단'의 회전문 인사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은 만큼 경영실패의 책임이 큰 계열사 대표들의 경우 재신임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년 10개월 만에 임직원들을 만나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라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정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김 창업자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이끌 리더는 시나(정신아 내정자)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시나는 커머스, 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경영진 교체’ 카드로 돌파구를 찾았던 카카오가 이번에도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단, 새로운 리더십을 내세워 고강도 쇄신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쇄신의 대상이 돼야 하는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일각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홍은택 대표는 SM 시세조종 의혹,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카카오 투자전략부문장 배임 등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경우 임기 만료일은 2025년 3월이지만 SM 주가조작으로 구속 수감된 만큼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들이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향후 카카오 공동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등 공동체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이 가운데 SM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가맹택시 수수료 관련 논란의 카카오모빌리티와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의혹을 받는 카카오VX 등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창업자는 관리 프로세스에 느슨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준법, 인사, 재무 등에서 밀착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라고 주문하며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해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김 창업자가 그룹 거버넌스를 개편하고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만큼 정 내정자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질타를 받은 146개에 달하는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측근 회전문 인사로 파국에 치달은 만큼 기존 친분 중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김 창업주가 제시한 쇄신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