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가고 완화 온다”…미국 ‘산타 파월 랠리’에 한국도 ‘징글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3일(현지시각)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발언에 미국 증시가 날아올랐다.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주가 상승이 촉매재가 된 영향이다. 미국발(發) 훈풍에 국내 증시도 환호로 답했다. 증권가는 연말 국내 증시도 우호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1.34%, 1.36% 오른 2,544.18과 840.59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개인은 1조7000억 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587억 원, 9938억 원 순매수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장중 13만83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시총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도 장중 7만430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분 건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하며 내년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긴축 완화 조짐에 미국 증시가 상승하자 국내 증시도 랠리를 이어간 셈이다.

13일(현지시각)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에 가까워졌거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내년 말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4.6%(중간값)로 예상한 점도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연준은 향후 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중간값을 현재보다 0.74%포인트(p) 낮은 4.6%로 예상했다. 이는 내년 기준금리를 0.25%p씩 세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암시해 사실상 금리 인상 종결론에 힘을 보탰다.

이에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환호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2.30p(1.4%) 오른 3만7090.2로 마감했다. 사상 처음으로 3만7000선을 돌파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500 지수도 1.37% 오른 4707.09에, 나스닥지수도 200.57p(1.38%) 상승한 1만4733.96을 기록했다. 세 지수 모두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수준이다. 같은날 세계 시총 1위 애플의 주가도 1.67% 상승한 197.96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권가는 사실상 긴축 종료로 전환된 미국 분위기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까지는 FOMC에서 확대한 연착륙과 금리 인하 기대 확대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따듯한 증시 상승을 기대한다”며 “3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글로벌 증시는 2분기부터 상승추세 재개가 가능하고, 코스피 상단은 3000p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빠르게 하락했던 한국과 미국의 채권 금리가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일정 수준 반등할 경우 다시 성장주 대비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가 기대된다”며 “과거에도 가치주 지수는 실적 개선이 부각되고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 성장주 대비 크게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편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하자 관련주를 사들였다. 이들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상장지수펀드(ETF)’와 알파벳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국내 증시도 이날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