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지키려 만들었더니…
전 세계서 K-방산 ‘러브콜’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주요 수출국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K-방산’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기존 주요 수출국 대비 저렴한 가격과 빠른 납기를 무기로 내년에도 수주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1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5개사의 올해 4분기 누적 매출은 20조917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작년 동기(17조4140억 원) 대비 20.1% 늘어난 규모다.
수주 낭보가 잇달아 전해지면서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한 단계 높아졌다. 같은 기간 5개사의 영업이익은 50.5% 늘어난 1조349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존 중저가 방산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던 러시아의 비중이 줄면서 우리 방산기업에 도약 기회가 됐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냉전체계 종식 후 국방예산을 감축할 때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생산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영국, 독일 등 방산 선진국들을 제치고 8일 호주 육군과 조1649억 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인 레드백 129대를 2028년까지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안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특정 지역의 일시적인 수혜 업종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 먹거리’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은 루마니아의 1조 원 규모 신형 자주포 도입사업 입찰적격후보에 독일의 PzH2000, 터키의 T-155 프로트나(Fırtına)와 함께 선정돼 사업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대로템도 루마니아 신형 전차 도입사업에 나서고 있다. 구형인 주력 전차 TR-85M1 비조눌(Bizonul)을 대체하는 것으로 현대로템 K2는 미국 에이브럼스(Abrams) M1A2, 독일 레오파르트(Leopard) 2A8과 경쟁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동남아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구본상 LIG그룹 회장은 말레이시아를 수차례 방문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남중국해 갈등, 필리핀 무장단체 침투 등 안보 위기가 거듭되면서 새로운 무기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과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해궁’,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II’,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 등을 수출하기 위해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동남아 지역 특성상 정글 속에 숨어있는 테러 단체에 대응하려면 초정밀ㆍ고위력 무기가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를 넘어 항공산업 본토인 미국 시장 진출까지 공략한다. 현재 이집트와 FA-50 36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으로 물량은 최대 1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슬로바키아도 FA-50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미 해군의 전술 입문기와 고등훈련기, 미 공군 전술 입문기 사업을 합쳐 500여 대 규모의 신규 기종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가 총 50조 원에 육박하는 만큼 천문학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러시아, 대만의 대통령 선거와 전쟁 장기화로 국제정세와 시장 변동성이 심화할 여지가 있다”며 “국산 무기는 경쟁 모델 대비 평균 34% 저렴하고 납기도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 차이나 K-방산의 성장은 내년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