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發 '병립형 회귀' 논쟁·주류 용퇴 등 제자리걸음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에 들썩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와 연대설이 불거진 전 총리들과 회동을 추진하면서 '이낙연 고립 작전'에 나섰고, 의원 100여명은 '신당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이 전 대표의 신당 동력을 약화하는 데 온 당력이 집중되면서 정작 선결 과제인 선거제와 쇄신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일 김부겸 전 총리, 28일 정세균 전 총리와의 회동을 각각 추진 중이다. 김·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와 함께 이른바 '3총리 연대설'이 불거졌던 인물로, 이 전 대표와의 신당 연결고리를 염두에 둔 견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신당' 견제는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다. 초선 강득구·강준현·이소영 의원 등이 14일부터 추진한 '이 전 대표 신당 중단 호소문'에는 의원 100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의원(167명) 절반 이상이다. 이들은 조만간 서명을 마무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대표에게 창당 포기를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이날 국회에서 이 전 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자신의 역사와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선후배, 동지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며 "신당 창당의 뚜렷한 이유는 이 대표를 반대하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동력이 떨어진다고 보면서도,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당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만큼 이 대표를 필두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체제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이라도 신당 합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너무 서두르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당을 둘러싼 소모적 내홍에 당 전체가 잠식되면서 여전히 총의를 모으지 못한 선거제는 물론 쇄신 논의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자 지난 총선부터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것인지, 국민의힘이 선호하는 병립형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선거는 승부인데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 이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선거제 퇴행을 막아야 한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이탄희 의원은 "선거법만 지켜달라"며 13일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대표는 침묵 중이다.
인적 쇄신도 여당에 비해 더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와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토대로 주류 인적쇄신 바람이 불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 내 주류 불출마 움직임은 찾기 어려운 상태다. 민주당은 현재까지 현역 6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박병석(6선)·우상호(4선) 의원을 제외한 4명 모두 초선이다.
비명계 의원모임 '원칙과상식'은 14일 논평을 통해 "당대표부터 지도부, 586 중진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자"며 통합 비대위 전환을 촉구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한 당직자는 "선거제부터 할 게 산더미인데 의원들이 떼로 신당을 하지 말라는 서명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참 한가해 보인다"며 "눈도장을 찍으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지도부는 '이낙연 신당'과 선거제 등 논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지도부 한 의원은 "신당은 신당대로, 선거제는 선거제대로 가는 것"이라며 "신당 때문에 중요한 논의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선거제에 대해선 "우리가 선거제 단일안을 만들기는 어렵다. 여당은 병립형·위성정당까지 카드가 2개 있어 우리가 2~3개 안을 들고 마지막까지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 논의에 대해선 "여당은 잘못해서 스스로 무너진 거고 우리는 관리를 해온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와의 회동도 부정적이다. 그는 "만나는 것보다 만나서 뭘 이야기할 것인지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 무작정 만나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이미 시너지가 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