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CJ 제치고 13위로 ‘껑충’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성공 시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에 이어 HMM까지 거느린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올해 안에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하림은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에 단숨에 등극하게 된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하림은 자산 17조 원으로 재계 24위다. 같은 조사에서 HMM은 자산이 25조8000억 원으로 19위다. 두 기업의 자산을 합하면 42조8000억 원으로, CJ그룹(40조7000억 원)을 제치고 13위에 오를 수 있다.
닭 가공 기업으로 유명한 하림은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물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림이 닭 축산과 사료 사업을 하기 때문에 곡물을 실어 나르는 팬오션 인수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 주체로 나선 것도 팬오션이다. 팬오션은 사업을 넓혀 글로벌 곡물 유통 기업 '한국판 카길'로 거듭난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곡물에서 식탁까지 이르는 식품 운송의 전 과정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세계 8위 규모 HMM을 인수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연료비 등 비용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화주 네트워크 공유 등 영업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경기가 각기 움직이는 점도 양 사 취약점 보완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컨테이너선 시장은 운임이 약세이지만 벌크선은 급등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해운사들 또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사업을 함께 운영해 시황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HMM도 이름을 바꾸기 전인 옛 현대상선 때에는 컨테이너선에 자동차 수송, 원유·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유조선 등 사업을 함께 운영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달 1일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전 참여에 대해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